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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계란 쇼크 ⑥] AI 넘겼다 했는데 이젠 살충제…추석 물가대란 오나
-계란값, 현재 지난해비해 42% 높아
-살충제 계란 파동에 전체물가 요동
-소비자 “물가 뛰면 어찌하라구…”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난지 얼마나 됐다고…. 추석 앞두고 계란 가격이 말도 안되게 뛸거에요.”

지난 15일 서울 홈플러스 합정점의 한 직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계란 대신 라면으로 채워진 판매대 우측에는 계란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는 공지문이 세워져 있었다.

서울ㆍ수도권 지역 소규모 슈퍼마켓과 마트 등 일선 소매점에서는 아직 계란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만 보면 말그대로 ‘금란’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한 마트에서는 달걀 ‘특가 세일’에 돌입했지만 계란값은 여전히 비싸다. 정상가격이 9500원인 30구 계란은 7980원에, 15구 계란은 5500~598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마트도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계란을 내놨다.

이마트 ‘공덕점’. 지난 15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매대에서 계란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계란값 상승은 추석을 앞둔 전체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되면서 달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 온라인 사이트까지 15일부터 계란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문제는 계란값 만이 아니다. 서민대표 음식인 계란값 상승은 전체물가 널뛰기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에 지난해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계란값이 이미 평년보다 40% 이상 뛴 상황에서 얼마나 더 치솟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중품 30개 특란의 전국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7595원으로 1년전 같은 시기의 5350원에 비해 42%나 비싼 상황이다. AI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 1월 계란값이 9000원대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내린 셈이지만 여전히 평년 평균가격(5552원)에 비해서는 36.8%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처럼 계란값이 오른 것은 지난해 AI가 전국을 휩쓸면서 국내 전체 산란계(알 낳는 닭)의 36%에 해당하는 2518만 마리가 살처분돼 계란 생산량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AI 발생 전 하루 평균 계란 공급량은 약 4300만개였지만 지금은 이보다 1300만개 가량 줄어든 3000만개 정도의 계란이 생산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마트. ‘특가 세일’에 돌입해 계란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계란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계란 유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실시되는 전수조사에서 추가로 살충제 성분이 나올 경우 그야말로 ‘계란대란’이 일어나 1만원 이상의 ‘금란’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특히 계란 가격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면 전체 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87% 올랐다. 이 중 계란이 물가 상승에 0.14%포인트나 기여했다. 이미 계란이 농축산물 물가 기여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1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추가로 계란값이 뛰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형우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축산관측팀장은 “마트에서 물건을 다 뺀 상황에서 일시적으론 소비 위축 탓에 가격이 소폭 하락할 수 있으나 향후 문제가 더욱 크게 불거진다면 이에 공급감소 탓으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따라 고가 계란 위주로 팔릴 것”이라며 “추석 밥상에서 계란이 일종의 ‘필수품’인만큼,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전체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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