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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보고서 마감일에 ‘얌체 공시’ 수두룩
- 부진한 실적은 기본…횡령ㆍ배임 혐의, CB발행 등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공시가 몰리는 반기보고서 제출 마지막 날 ‘얌체 공시’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의 잠정실적 공시 없이 부진한 실적을 반기보고서에 끼워넣거나, 주가에 악영향을 줄 만한 사항을 장 마감 후 슬그머니 알리는 상장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반기보고서 마감은 시장이 열리지 않는 광복절 휴일 하루 앞두고 이뤄져 경영정보 노출에 따른 주가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상장사의 움직임이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 카인드에 따르면 반기보고서 제출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장 마감 후 느지막이 실적 부진을 알린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사진=오픈애즈]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가장 늦은 시간인 오후 8시3분께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한국항공우주(KAI)는 이날 상반기 영업손실 273억34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상장 이래 첫 적자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5.1% 줄어든 1조1324억원, 당기순손실은 431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반기보고서 등록 10여 분 전에는 2013~2016년 회계연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정정 공시했다.

최근 검찰로부터 ‘분식 회계’ 의혹을 받는 KAI의 실적은 투자자 사이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럼에도, 광복절로 장이 열리지 않는 공백기를 앞둔 상황에서 투자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늦은 시간대에 공시에 나선 것은 전형적인 ‘올빼미 공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빼미 공시는 장 마감 후 오후 늦게 또는 연휴를 이용해 악재성 이슈를 슬그머니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장 마감 후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금호타이어도 올해 상반기 매출 1조3815억원, 영업손실507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잇츠스킨과 한불화장품의 합병법인인 잇츠한불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 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4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고, 당기순이익도 12억원으로 92.9% 급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규모 200위 안팎에 위치한 이들 기업이 잠정실적 발표도 없이 이런 실적을 내놓으면서 당황스러움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됐다.

반기보고서가 쏟아지는 동안 느지막이 임직원의 횡령ㆍ배임혐의를 알리는 악재성 공시를 내놓은 기업도 눈에 띄었다. 동성화인텍은 유선근 전 상무가 7억4202만원을 횡령ㆍ배임한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 외에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채무보증처럼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시도 장 마감 후 집중됐다.

이 같은 공시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자율적인 부분이 커 기업의 자정노력에만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투자자의 주의도 요구된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표된 공시 기준으로 ▷판매ㆍ공급계약 해지(69.2%) ▷기업ㆍ대주주의 주식 처분(76.3%) ▷소송ㆍ재판(80%) ▷채무보증ㆍ담보제공(84.7%) 등은 대부분 장 마감 후에 몰렸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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