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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계란 쇼크 ①] [르포] “김밥, 계란 빼고 말아주세요”
-밥상 덮친 살충제 계란 공포, ‘충격과 분노’
-주부들 “아이들에게 믿고 먹일 게 없다”
-외식업계 직격탄, 김밥집ㆍ제빵업계 비상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김밥에 계란 빼고 말아주세요.”

흰쌀밥을 김발에 깔고 있는 종업원을 향해 손님이 외쳤다. 15일 오후. 서울 시내 A김밥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는 손님들의 특별주문이 이어졌다. 메뉴는 ‘계란 뺀 김밥’이다. 이를 주문한 손님 이모(35) 씨는 “살충제 계란 소식에 혹시 몰라서 계란을 뺐다”며 “당분간 계란이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소비자 사이 먹거리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자녀를 둔 주부들은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 이어 살충제 계란이라는 안전성까지 문제가 되자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진=서울 시내 한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 살충제 계란 파문에 손님들의 ‘계란 뺀 김밥’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초등생 두 자녀를 둔 주부 이모(서울 성산동ㆍ45) 씨는 “그동안 거의 매일 식탁에 계란을 올렸는데, 아이들에게 살충제를 먹여왔다는 죄책감과 불안감이 떨쳐지질 않는다”며 자연식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다니, 대체 뭘 믿고 먹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곱살 딸을 키우는 주부 박모(서울 장충동ㆍ33) 씨도 “값싸고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했다.

계란은 성장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은 물론 레시틴, 철분, 인, 비타민 A 등이 다량 함유돼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그만큼 가정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재료 중 하나다.

외식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5일 0시부터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 중단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에서 한 프랜차이즈 김밥집을 운영하는 A씨는 “본사서 공급받은 계란(지단) 완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만일 공급이 중단될 경우, 사입이라도 해서 직접 지단을 부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B김밥 프랜차이즈 업체는 아예 계란이 들어간 김밥을 당분간 판매중단 하기로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정부가 계란 출하 중지를 내림에 따라 당분간 계란이 들어간 메뉴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제빵업계도 비상모드에 돌입했다. SPC 관계자는 “이달 초까지 납품받은 계란은 자체 식품안전센터에서 품질검사를 해왔다”며 “잔류 농약, 피프로닐 모두 불검출 결과로 나왔다”고 했다. 계란 수급에 관해서는 “사나흘 정도는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SPC는 삼립과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등의 브랜드에서 하루 60t(100만개)의 계란을 소비하고 있어 출하 중단 상황이 길어질 경우, 제품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대로라면 계란 확보 문제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계란 자체를 기피할 것으로 보여 유통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만에 하나 살충제 계란이 제품 생산 과정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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