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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막히니 땅으로…엉뚱한‘풍선효과’?
상반기 지가변동률 전년比 0.6%p↑
소비자 물가변동률보다 높아

‘8·2 부동산대책’에 토지규제 빠져
경매·온라인 중심 땅투자 관심고조
유동자금 토지로 쏠릴 것 우려

“이번 ‘8ㆍ2 부동산 대책’에 토지에 대한 규제정책이 빠졌다. 일부 지역에서 토지가격이 주택가격보다 상승폭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전광섭 호남대 교수)

8ㆍ2대책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에 집중된 가운데 토지시장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최근 전원주택 인기와 맞물리면서 경매시장과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땅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땅값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지가 변동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1.25%)보다 0.59%포인트 오른 1.84%를 기록했다. 소비자 물가변동률(1.41%)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08년(2.7%) 이후 최고치다.

전국 최고의 상승률은 주택개발이 한창인 세종시(3.00%)로 나타났다. 시ㆍ군ㆍ구별로는 부산 해운대구가 4.3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고덕국제신도시 호재를 품은 경기도 평택(3.79%)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거래된 땅은 총 155만3739필지다. 작년보다 10.4% 늘었다. 면적은 서울의 1.8배 가량인 1095.4㎢에 달한다. 금융 규제가 덜 하고 임대가 가능한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어 뭉칫돈을 든 투자자들이 규제의 틈새를 공략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양, 김포, 하남, 성남 등 최근 빌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지역이 과열이 나타났던 곳”이라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물을 지으면 일대의 가치까지 상승해 단기간에 땅이 수익의 원재료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토지에 집중된 열기는 경매시장에도 나타났다. 법원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토지 경매는 4000건이 진행돼 1777건이 낙찰됐다. 토지 낙찰가율이 80%를 넘어선 건 2008년 10월(83.2%) 이후 8년 9개월 만이다.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를 나타내는 낙찰률(44.4%)도 2005년 8월(47.1%) 이후 1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토지 경매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거시설의 낙찰가율과 경쟁률이 높아져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책이 주택을 중심으로 발표돼 토지의 낙찰가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응찰자가 몰리는 사례를 고려하면 실제 토지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많아 부동산 경기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지를 재테크 수단으로 보고 온라인 카페ㆍ블로그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보다 금융규제가 덜해서다. 수도권 인기지역에 땅이 헐값에 나왔다며 소비자를 유혹하는 기획부동산 투자 글들도 잇따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필지를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은 지분등기방식이 대부분이라 투자자 마음대로 매매하거나 처분이 어렵다”며 “개발 호재가 현실화되면 높은 차익을 챙길 수 있겠지만, 유동성이 부족하고 용도에 따른 규제가 크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자세하게 알지 못하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도시재생과 맞물려 하반기 이후 지가 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과 맞물려 하반기 저층 주거지의 토지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면서 “예전엔 쳐다보지도 않던 작고 못생긴 땅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토지시장으로의 유동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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