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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격호 퇴장 ①] 롯데그룹 ‘70년 신격호 시대’ 막 내렸다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알미늄 이사직 내려놔
-69년 이어진 롯데그룹 1세대 경영 막 내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지향하자(거화취실ㆍ去華就實)”가 좌우명일 정도로, 그는 실리를 추구했던 경영자였다. 그가 일본롯데를 창업한지 약 69년. 롯데그룹은 자산규모 103조원,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1~2년간 롯데그룹의 각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났던 그는 이번에 롯데알미늄의 상무이사 임기가 만료되며 한일 롯데 전 계열사 이사직에서 모두 내려오게 됐다. 직함은 기존 ‘총괄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바꿨다.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95)의 이야기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사진>이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내려왔다.

롯데그룹은 최근 열린 롯데알미늄 이사회를 통해 임기가 만료된 신 명예회장의 기타상무이사직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10일 밝혔다. 95세의 고령과 최근 한국 법원 한정후견인 지정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도 신 명예회장은 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그의 퇴장은 산업화와 민주화, 한국의 격동기를 모두 겪으며 경제성장을 이뤄냈던 국내 10대 대기업 1세대의 종언과도 같다. 경쟁자들은 노환 등으로 진작 물러났지만, 신 명예회장은 69년간 총수의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해 ‘보국안민’의 정신으로 한국으로 귀국한 인물. 그의 사업은 다른 1세대들보다 더욱 특별했다.

젊은 시절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신 명예회장은 지난 1948년 낯선 일본 땅에서 롯데를 창업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롯데’처럼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사업 아이템은 껌이었다. 친구가 미군에게 얻어온 추잉껌 맛을 본 신 명예회장은 껌을 통해 ‘코카콜라’와 같은 종합기업을 세울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신 명예회장은 시장에 출시된 껌의 가격을 모조리 외울 정도의 꼼꼼함으로 껌사업을 크게 성공시켰다. 이후 초콜릿과 비스킷류도 출시한 롯데는 일본에서 종합식품기업이 됐다.

고국 땅을 밟은 건 1967년이다. “조국에 투자해달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신 명예회장은 한국에 롯데제과를 세웠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경영을 직접 챙기는 롯데그룹 현해탄 경영 시대의 시작이었다. 신 명예회장은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은 일본에 머물렀다.

그는 1974년에는 칠성한미음료, 1977년에는 삼강산업을 각각 인수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을 설립했다. 1979년 호텔롯데 준공, 1980년에는 롯데쇼핑(백화점) 개장, 1982년에는 롯데자이언츠와 대홍기획과 롯데물산을 출범시켰다. 마침내 1983년, 롯데는 24개 계열사에 2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한국 10대 재벌그룹에 진입했다.

신 명예회장은 자신의 좌우명만큼이나 신중한 경영자로 평가된다. 지난 1980년대부터 ‘관광보국’의 꿈을 가지고 차근차근 롯데월드타워를 계획했다. 숱한 규제와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준비했다. “서울에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난해 잠실벌에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됐다. 지난 4월에는 그랜드 오픈했다. 오픈식에서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은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의 기업보국 정신에서 시작됐다”며 기쁨을 아버지 신 명예회장과 함께했다.

향후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지난 4월 롯데월드타워 오픈식에 자리한 신 회장. [제공=롯데그룹]

신 명예회장의 퇴장은 신동빈 회장 중심의 ‘뉴롯데’로 본격적으로 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유통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이 양적인 성장을 통해 지금의 롯데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질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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