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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전승자 우리 동화, 모아놓으니 “감동”
방정환 “동화는 민족 생활문화,생명수”
한글博 전래동화 100년展 관람객 뭉클
흥부전, 심청전 뿐?…1000여편 확인

“동서고금 스토리텔링은 동화 구조,
세종 때 한글 동화집도 나왔더라면
이솝, 안데르센 반열에 올랐을 것“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만년 가까이 우리 할머니들께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그 아이가 할머니 되어 손주들에게 속삭인 옛날이야기는 100년 전에야 비로소 읽기 편한 한글 문체로 집대성됐다.

우리나라 한글 어린이 문학은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침략과 일본의 식민 지배, 외래 문화의 무분별한 이식이라는 불안한 여건 속에서 싹을 틔웠다. 이때 우리 민족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를 교육하기 위해 어린이 문학이 주목받게 됐고, 한글 전래 동화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지혜와 정서가 담긴 옛날이야기는 1913년 당시 23살의 청년 최남선이 발행한 어린이 잡지 ‘붉은 저고리’ 창간호가 나오면서, 모아지고, 한글로 저장됐다.

여기에 실린 전래 동화 ‘바보 온달이’는 현재 한글 전래 동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구전 동화에 대한 제보 받기 작업도 이때 진행됐다. 지역마다 독특하게 전승되고 새로이 만들어진 구전 동화를 재차 집대성하기 위함이었다. 

아이들 보이

최남선은 붉은 저고리 창간 직후 어린이 잡지 ‘아이들보이’ 2호에 옛이야기를 모집하는 광고를 최초로 게시했다.

‘보이’는 ‘보는 것’이라는, 동사의 명사화 어휘이다.

전래 동화 모집 운동의 반향은 컸고, 그 이후 한글 전래 동화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

한두 편씩 모습을 드러내던 전래 동화는 1920년대 방정환에 의해 다시 주목받는다.

‘어린이날의 아버지‘ 방정환은 1922년 ’개벽‘ 26호에 ‘동화는 그 민족성과 민족의 생활에 근거하고 그것이 다시 민족근성을 굳건히 하고 새 물을 주는 것’이라고 우리 동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마해송, 주요섭, 연성흠 등은 1920-1940년대에 동화 작가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들은 ‘어린이’, ‘아이생활’, ‘신소년’, ‘동화’, ‘조선아동’등 다양한 어린이 잡지와 단행본을 내면서 한글 동화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방정환-최남선을 포함한 이들 5인이 아니었으면, 동화는 서양, 일본 이야기에 밀려 영원히 소멸의 길로 조금씩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방정환이 말한 대로 한민족의 생활문화를 대를 이어 강하게 만드는 생명수가 지켜질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글 동화의 집대성 작업이었던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 동화 특별전 포스터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오는 2018년 2월18일까지 6개월 긴 일정을 잡아 용산구 서빙고로 전시관(중앙박물관 옆)에서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한글 전래 동화 100년’ 특별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동화를 지키려고 전국 곳곳 이야깃꾼 할머니들의 육성을 채록하는 작업도 일제치하에서 진행됐다. 그래서 전승된 우리의 전래동화는 1000여편 가량된다. 아마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 각 마을별 전래동화를 모두 모으면 1만편에 육박하는 동화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의 주무 공무원인 김미미 학예사는 “동화 수집활동, 채록활동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싶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꼬부랑 할머니

이번 전시회에 가면 1910년대, 1920년대 희귀동화전집, 한국의 동화를 해외에 전파한 영문 한국동화집, 일어 한국동화집도 만나볼수 있다. 한글본 동화잡지가 외국어본 보다 늦게 나온 것은 안타깝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세종대왕때부터 일찌기 한글 동화를 집대성했더라면, 안데르센이나 이솝이야기 처럼 한글 전래동화는 지구촌 어린이 모두의 동화책과 교과서에 실리는 세계적인 정신철학의 상징물로, 또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의 선봉으로 우뚝 섰을텐데….

지금이라도 세계인에게 교훈이 될 만한 우리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세계화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콘텐츠 경제학의 중심인 스토리텔링의 구조는 알고보면 동화 구조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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