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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 5명으로 90분 채우기 너무 버거워”
김태호 PD가 말하는 예능 현주소
멤버들과 맞는 얼굴 찾기 힘들고
9개프로 출연 멤버 스케줄 부담
장기적인 프로젝트 도전 어려워
요리등 대세 아이템 피하다보니
과거같은 고퀄리티 제작 힘들어


MBC ‘무한도전’은 각별한 예능이다. 예능에 대한 정의나, 규정, 시청형태가 다양한 만큼 ‘무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최고의 예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무도’도 11년을 훌쩍 넘긴 지금 주목도가 조금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최근 박보검과 평창 동계올림픽 종목과 유사 게임을 진행했고, 이효리와는 춤을 추고, 김수현과는 볼링을 쳤다. 군대에 입소해 무도 진짜 사나이를 찍었으며, 더운 여름 썸머페스티벌 특집을 진행했는데, 과거보다는 조금 약한 반응이 나왔다.

이는 지상파 외에도 워낙 다양해진 예능 플랫폼과,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관찰예능으로 트렌드가 넘어가는 등 여러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총연출자인 김태호 PD에게 ‘무한도전‘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 제작방향을 듣는 게 여러모로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김 PD와의 인터뷰는 ‘무한도전’이 약해진 이유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현재 예능 환경과 ‘무도’가 처한 현실에 대한 좀 더 정확인 인식과 앞으로의 발전방안에 방점이 찍혔다.

김태호 PD는 “멤버가 7명이었던 시절에 50~60분짜리를 제작할 때는 제 생각도 집어넣고 오밀조밀하게 만들 수 있었다”면서 “노홍철과 정형돈이 빠지고 5명 체제에서 90분짜리로 매주 만들면서 버거워졌다. 7명 있을때 만든 캐릭터와 관계가 2명이 빠진 5명으로는 완벽할 수 없다. 화법이 부족해졌다.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하던 노홍철의 복귀 무산도 결정났다. 원래 무도는 소소한 걸 하는 재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예능을 보는 사람들의 취향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도’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관찰예능로 넘어가는 예능 트렌드에서 “이제는 리얼 하나요?” “아직도 캐릭터 플레이”와 같은 반응도 나온다. ‘무도’는 예능이 아닐 때도 있다. 군함도의 아픈 역사를 널리 알린 것도 ‘무한도전’이다.

김태호 PD는 “멤버들에 대한 데이터 정보가 많아, 시도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줄어든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면 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도 좋을 때가 있다. 거의 12년을 매주 만나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좌충우돌이 없어졌다. 하지만 욕도 먹으면서 잘 할 수 있는 계기나 의지로 삼으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김 PD는 “기존 멤버와 합이 맞는 멤버가 들어오면 어느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고정 타진을 위해 테스트하는 것도 부담을 느낀다”면서 “고정멤버들속에서도 빈틈이 보이지 않으면 이 사이에 누가 들어오기도 힘들게 된다”고 새 멤버 충원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무한도전’은 뭐든지 (도전)할 수 있는 예능이다. 하지만 김 PD는 못하는 것도 너무 많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익숙하거나 식상한 걸 하면 비판이 들어온다. 멤버들도 익숙해진 상황에 접하면 스스로 의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 PD는 “이효리, 김설진을 초청한 춤에 대한 코너는 12년간 몸에 배어있어 변화와 다양성이 결여된 멤버들의 춤을 다뤄보고자 던져본 것이다. 일희일비는 아니다”면서 “멤버들이 각가 가정을 가지게 돼 예전보다 연대감, 유대감이 떨어졌지만, 새로운 방법과 포맷으로 시도해보면서 저희에게 맞는 화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랄 수 있다”고 전했다.

김 PD는 “새로운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해석과 실험만은 계속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9개 하는 멤버들이 스케줄 빼기도 힘들어 장기 프로젝트 도전이 힘들어졌다는 환경적 요인도 있다”고 했다.

‘무한도전’은 한국의 예능 특수성이 반영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창시했다. 지금은 관찰예능이 대세다. ‘무도’는 관찰예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멤버들이 집을 공개하는 건 꺼린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사적 이야기를 털어놓은 롤링페이퍼, 이사 가는 멤버 이야기 등 관찰예능을 했다. 누구나 다해버리면 ‘무도’는 할 수 없다. 요리를 하면서 셰프 특강을 하거나 오디션 같은 걸 못한다. 트렌드와 대세가 된 아이템은 가급적 피한다. 멤버들도 못살릴 것 같으면 과거보다 성과가 덜나오는데, 안돼도 해봐야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성하고 있다.”

김 PD는 “군대특집은 호국보훈의 날을 맞아 한 것인데, 특수한 공간이다 보니 제작진의 의견이나 시도가 들어갈 수 없어 ‘진짜 사나이’처럼 돼버렸다”면서 “올해는 무도 가요제를 하니까, 새로운 사람이 잘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배정남의 경우 잘하는 건 아니지만 애정과 열의를 가지고 한다. 현재는 필요할 때만 쓰고 있지만 고정멤버를 받쳐줄 멤버들이 없다면 타격이 분명 있다. 과거에는 데프콘과 서장훈이 이런 역할을 잘 해줬다”고 말했다.

김 PD는 “90분짜리면 단순히 예능인 섭외 한 명(팀) 더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무도’는 다른 예능과 컨텐츠 성격이 다르다. 10분 늘어나면 한 코너가 필요한데, 이걸 위해 일주일간 일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태호 PD는 “시청자들의 눈이 많이 높아졌다. ‘무도’를 작가예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라면서 “콘텐츠도 깊이 있게 만들어야겠지만 ‘무도’가 시즌제가 되면 지금보다 나아진다. 오래전부터 제가 제기한 문제다. 시즌제가 되면 스핀오프 제작도 가능하다. MBC가 MBC 것만 제작하라는 법도 없다. 넷플릭스 등 유통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MBC는 콘텐츠 기업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다.

김태호 PD는 “우리의 역할이 다했다고 하면 (무도를) 접을 수도 있다. 천년 만년 하겠다는 게 아니다”면서도 “과거만큼 퀄리티가 안나오는 데에 대해 원인과 처방을 생각하는데, 물론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제 차원에서는 계속 고민하면서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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