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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격동의 시기, 위로가 됐던 ‘디바들’
북서울미술관 ‘아시아 디바:진심을 그대에게’展
60~70년대 냉전·개발의 이데올로기 시대
타자화된 동아시아 여성 목소리·삶 조명
히피 등 분화한 저항적 청년문화도 담아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고 했다.

1960~70년대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디바, 김추자를 통해 당시 ‘독재’, ‘산업화’, ‘대중문화’라는 표제어로 요약되는 격동의 시기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은 ‘아시아 디바:진심을 그대에게 (Asian Diva: The Muse and The Monster)’전을 개최한다. 이용우 뉴욕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공동기획자로 참여한 이 전시는 냉전이라는 큰 시대적 흐름에 휘말린 문화ㆍ정치적 변방국인 동남아시아와 그 속에서도 소외되고 타자화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은 ‘아시아 디바:진심을 그대에게 (Asian Diva: The Muse and The Monster)’전을 개최한다. 1960~70년대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디바, 김추자를 통해 당시 ‘독재’, ‘산업화’, ‘대중문화’라는 표제어로 요약되는 격동의 시기를 돌아본다. 김추자 아카이브, 김추자의 소장품, 당시 활동이 녹음된 릴테이프.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김추자에서 시작하나 개발독재 남성중심 욕망사회에서 철저하게 타자화된 여성, 후기식민주의를 거치며 비슷하게 가부장적 군부문화를 띄는 동아시아 사회, 히피와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대중문화로 발전한 저항적 청년문화까지 아우른다.

전시 영문제목에서 읽어낼 수 있듯 뮤즈(김추자)가 나타난 시대, 그 시대를 지배하던 괴물(냉전이데올로기)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용우 교수는 “전시 제목인 ‘아시아 디바’는 흔히 생각하는 여성 대중가수가 아니다”며 “1960~70년대 경제개발 속에서 한번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공, 성노동자,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박서보, 유전질 No 6-69, 1969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덴마크 출신 설치미술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제인 진 카이젠(37)은 1960~70년대 동두천 미군부대 근처에 위채했던 ‘몽키하우스’라는 집창촌을 배경으로, 성노동자 여성들의 인권과 삶의 흔적을 추적한다. ‘몽키하우스’는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당시 한국과 미국정부의 협상을 통해 이중고를 겪었던 성노동자들의 삶은 그녀들의 증언을 통해 살아난다.

노재운(46)작가는 신작 ‘보편 영화’에서 전후 한국과 북한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여성의 이미지를 파편적으로 재구성해서 선보인다. 귀신, 유령과 같은 비인간적 형상에 대입되는 여성은 당시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에겐 ‘분단’이라는 비극으로 표출된 냉전이데올로기를 직시하는 작품도 나왔다. 박찬경(52)의 ‘파워통로’(2004)는 1970년대 미국과 소련이 ‘아폴로-소유즈 테스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우주도킹 시스템을 연합개발하던 시기, 남한과 북한은 대남 대북 침략용 땅굴을 찾기에 여념 없었다는 내용을 SF영화, 과학자료, 사료 이미지등을 통해 비판적으로 재구성한 영상설치물이다.

더불어 전쟁에 반대하며 히피와 사이키델릭으로 분화한 서구 청년문화의 영향을 받은 1960년대 후반 한국 미술계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작품도 눈에 띈다. 

천경자, 헬기수송작전, 1972.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김구림, 김한, 박서보, 성능경의 작품에선 달에 사람을 보내는 기술의 진보를 목격하고, 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약속하는 SF적 상상력이 묻어난다. 단색화로 유명한 박서보도 이같은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 에어브러쉬를 활용한 팝적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소영, 노재운, 딘 큐레, 아라마이니, 요시코 시미다, 정은영 등 동시대 작가 작품을 비롯 베트남 전쟁 종군화가로 활약한 천경자의 작품도 나왔다. 또한 대중음악, 광고, 미디어 등 1960~70년대 사회ㆍ문화상을 반영하는 아카이브, 김추자의 소장품과 당시 활동이 녹음된 릴테이프도 출품됐다.

전시가 워낙 방대한 분야를 다루는 만큼 다소 산만하게 보이는 점은 아쉽다. 주제간 긴밀한 연결보다 시대의 다양한 면모가 부각됐기 때문인지 전시공간마다 제각각의 ‘섬’을 이루는 모양새다. 신은진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큐레이터는 “전시에는 많은 키워드들이 숨어있 다”며 “관람객들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따라 또 다른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9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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