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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인공지능으로부터 배우는 지혜
인공지능이 난리다. 4차산업혁명, 빅데이터 등과 함께 현재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 SKT, 네이버 등의 국내 거대 IT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에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 공룡들이 시가총액의 상위를 휩쓸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계번역, 인공지능 비서, 챗봇 등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공지능의 기술적 측면에 비하여 과학으로서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일부 전문가들에 국한되어 있는 듯하다. 산업적인 성과가 너무 눈부셔서 생긴 현상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많은 부분에 흥미로운 과학적 질문들이 존재한다. 먼저, 아주 기본적인 질문으로 “지능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이다.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이 진짜 지능인지를 어떻게 판별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튜링 교수도 인공지능 판별법으로 튜링 테스트라는 것을 제안하였다. 튜링 테스트란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어 컴퓨터의 반응을 인간의 반응과 구별할 수 없다면 해당 컴퓨터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논리학에서도 인공지능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다. 인간이 만든 지능의 진위를 인간의 지능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모순은 20세기 초에 수학자 괴델에 의해서 증명된 불완전성 정리에 기반을 둔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학생이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선생님이 채점을 한다. 여기서, 선생님의 채점이 옳게 되었는지는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채점자가 필요하고, 그 채점자를 또 채점해야 하는 또 다른 채점자가 필요해서 결국 무한명의 채점자가 필요해지는 모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에서 흥미로운 과학적 현상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효율성과 다양성 중 어느 것이 사회발전에 더 중요한 것인가라는 논쟁이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발전과 경제민주화와의 갈등으로 대변되는 논쟁은 최근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결정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서 매우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모적 논쟁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를 인공지능 기술로부터 배울 수 있다.

기계학습 방법론 중 앙상블이라는 방법이 있다. 앙상블이란 음악에서 여러 명의 연주자에 의한 합주 또는 합창을 의미하는데, 다양한 의견들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방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계학습에서 앙상블이란 같은 데이터를 여러 개의 기계학습 알고리즘들이 분석하여 각자 지식을 습득한 후 이를 결합하여 새롭고 유용한 지식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앙상블 방법론에 숨어 있는 매우 흥미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현상으로는, 앙상블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 알고리즘들의 성능보다는 알고리즘들의 다양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모두 비슷한 답을 주는 성능이 우수한 10개의 알고리즘보다는 성능은 좀 떨어지지만 다양한 답을 제공하는 10개의 알고리즘이 앙상블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우수한 10명의 인재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평범한 10명의 의견이 훨씬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앙상블기술은 사회의 발전에는 효율성보다는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념논쟁 등 반대편의 의견을 억누르는 정책들이 적폐인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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