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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숯돌에 몸을 갈듯 예술혼 불태운…술골목 인사동 라인에 선 장욱진
인사아트센터, 탄생 100주년 기념전

싫었을 법도 하다. 작품에 법명(불교식 이름)이 쓰여있으니, 분명 동고동락한 마누라를 그린 초상인데 아내는 간데 없고, 모든 고행에 해탈한 듯한 ‘불상’이 자리잡았다. 그리고는 내리 석달을 앓아서 “이 그림 하나 그리고 나와 인연 끝내려고 이러나”싶어서 아내는 그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단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장욱진 화백(1917-1990)의 ‘진진묘’에 얽힌 일화다.

장욱진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가나문화재단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장욱진 백년, 인사동 라인에 서다’전을 개막한다. 전시장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관에서 장욱진의 작품을 연대기순으로 총 망라했다. 전시는 지역별로 나뉜다. 장 화백이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덕소시절(1963~1975)을 비롯해, 명륜동 시절(1975~1979), 수안보 시절(1980~1985), 신갈 시절(1986~1990)로 구분해 층별로 선보인다. 장욱진 유화 및 먹그림 100여 점을 비롯해 그의제자인 최종태, 윤광조, 오수환 등 3명의 조각, 도자, 평면 작품 30여 점을 전시한다.


100주년 기념전이니만큼 국내에선 좀처럼 만나지 못했던 장 화백의 그림도 선보인다. ‘나무와 새와 모자’(1973·사진), ‘팔상도(1976)’ 등은 소장자가 미국에서 가지고 있던 것인데, 이번전시에 출품됐다. 가나문화재단측은 “그간 유족들도 만나지 못했던 작품으로 무척이나 귀하고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장욱진 화백의 장녀인 장경수 장욱진미술문화재단 이사(경운박물관 관장)는 “내가 몰랐던 아버지 그림도 전시에 나왔다. 아버지 그림이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엔, 바로 팔리거나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의 새로운 그림을 만날 때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것 같다. 탄생 100주년 되는해라 이런 순간이 많다”고 했다. 장이사는 아버지에 대해 “가장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술도 대단했다. 어머니가 ‘숯돌에 몸을 가는 듯 자신의 몸을 혹사한다’고 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림이 안될 때 면 화백은 늘 술을 찾았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인사동이 주무대였다. 장이사는 “인사동이 아버지에겐 술 골목이다. 이 골목에서 한 잔, 저 골목에서 한 잔. 이제 전시 제목처럼 인사동 라인에 서실만 하다”고 했다.

전시를 주최한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장욱진 100년전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에서 열려야 마땅하나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그 틈새를 메워야 한다는 생각에 가나아트에서 서둘러 전시를 열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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