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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과학자 생각 따라하면 아이디어 나올까?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교수 명저
개인의 생각 작동방식 과학적 탐색
관찰·추상화·상상·유형화 도구 활용
창의성도 훈련·학습 통해 습득 가능
과학적 탐구 문제 해결 통로는 자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아이디어가 매일 타고 다니는 통근열차에서 시청의 시계탑을 바라보면서 생겨났다는 건 유명한 얘기다. 시계바늘이 움직이기도 전에 열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시간보다 훨씬 빨리, 빛의 속도로 열차가 움직인다면 열차는 시간의 간섭을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흔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유레카’는 어느 순간 맥락없이 마술처럼 찾아오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제대로 밝혀진 건 없다. 과학자 본인이 어떻게 발견의 순간에 이르렀는지, 그런 쪽에는 영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발견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잇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여기서 하려는 것처럼 마음의 대화, 비언어적 이미지와 느낌, 불현듯 내려오는 계시를 상상하여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신적 재창조가 훌륭한 과학자가 늘 실천하도록 배우는 전략이며, 과학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규정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과학자의 창조법’에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는 과학자의 마음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과학적 창의성의 작동방식에 거의 연구인생을 바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트번스타인은 개인의 내밀한 정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과학적 탐색을 벌였다. 실험실에서 쓰는 기술처럼 탁월한 실험에 필요한 생각의 기술이 있다고 본 것이다. 1970년대에 펴낸 ‘과학자의 생각법’은 그만큼 독창적이다.

책은 픽션의 형식을 취한다. 생물학자, 역사학자, 화학자, 과학사학자 등 가상 인물 여섯 명이 ‘발견하기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엿새동안 ‘발견과정에는 어떤 구조가 있는가?’‘누가 발견에 이르는가?’‘발견자는 어떤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가?’‘발견을 잘 하는 방법이 있는가?’등의 얘기를 나눈다. 이둘 대화 속에는 미생물을 발견한 루이 파스퇴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삼투압 원리를 발견한 야코부스 반트 호프 등 다양한 과학자들의 삶과 생각법들이 소개된다.

그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문제를 고안하고 해결할 때 쓰는 생각법은 비상징적이고 직관적이다.

이들은 생각의 도구를 활용한다. 관찰하기, 추상화하기, 상상하기, 유형화하기, 공감하기, 대상화돼보기, 몸으로 생각하기, 놀이등을 통해 문제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루트번스타인의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에서 구체화됐다.

저자는 또 노벨상 수상자나 국립과학아카데마 회원 같은 최고 과학자들의 취미활동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은 미술과 음악, 무용, 소설, 희곡, 시 창작 등 여러 창조적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일찍부터 한 분야에 집중 훈련을 시켜 고도로 전문화된 사람들을 배출시키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독창적인 과학자는 전체적 사고를 선호해서 혹은 여러 경험을 통해 특정주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는데, 이는 해당 분야의 핵심에 놓인 근본 모순, 역설, 변칙 현상을 알아보는 눈을 갖게 한다. 따라서 과학을 보는 대안 관점을 계발하고자한다면 자기 분야가 아닌 곳에서 1년 이상을 보내는게 좋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과학지리학이란 새로운 용어도 흥미롭다. 그는 조사에 근거, 과학에서 일어나는 혁명적 사건은 주로 지리적으로 변두리나 전에 없던 기관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든다. 이런 곳은 자신만의 독특한 과학을 전개시킬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즉 독립적으로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저자는 과학적 탐구에서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통찰에 이르는 방법과 관련이 있다.

화학자를 대상으로한 한 연구에 따르면 문제 해결을 잘 하는 사람들은 그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고 사용하는 다양한 전략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는 일단 문제를 접고 다른 연구에 몰두했으며, 45%는 여행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47%는 잠자리에 들기 전 계속해서 문제를 검토했고 15%는 운동이나 다른 신체활동을 했다. 즉 문제해결을 잘 하는 사람은 통찰이란 논리적 쳇바퀴에서 벗어나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직관을 허용할 때 생긴다는 사실이다.

실험실에서 오래 문제를 끌어안고 있기보다 탐구하고 게으름 피우고 생각하고 여유를 즐기는 ‘자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은 상당히 도발적이다. 흔히 뛰어난 과학자는 타고난다고 여기지만 그에 따르면, 훈련, 교육에 의해 만들어지는게 가능하다. 말하자면 설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국가 과학연구를 발전시키는데 적용이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과학이라는 체계에 돈이나 장비를 쏟아부을 게 아니라 탁월한 사람들이 가진 축적된 경험을 훈련시키는게 효율적이다.

발견은 놀라운 사건으로 계획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지만 놀라운 사건을 만들어내는 조건은 계획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섯 명이 논쟁을 벌이며 진행되는 대화는 과학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인식하고 돌파구를 찾아가는지, 그들처럼 사고하는 법을 따라가도록 이끈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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