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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커피왕’의 죽음은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의 그늘
커피전문점 국내 브랜드 ‘할리스’와 ‘카페베네’의 성공신화 주인공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숨졌다는 소식이 안타깝다. 경찰은 그가 사업상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으로 일단 파악하고 있다. 강 대표는 과감한 창업과 무한 도전 정신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전설적 인물로 평가받던 전도 유망한 사업가였다. 그런 그가 단 한 차례 실패에 영원히 주저앉고 만 것이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아 무엇이 그를 극단의 선택으로 내 몰았는지 세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다. 다만 실패를 보듬어 주고 다시 일어 설 용기와 기회 제공에 인색한 우리 사회 시스템의 희생자라는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그는 업계에서 청년 창업의 롤 모델로 통했다. 그의 인생 역정을 보면 그럴만도 하다. 신세계그룹 공채 1기 출신의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는 미국 연수도중 커피 전문점이란 ‘블루 오션’을 발견하고 곧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할리스 1호점을 출범한 그는 어느정도 회사가 커지자 이를 매각하고 새 토종 브랜드 카페베네 키우기에 올인했다. 이후 3년만에 업계 처음으로 500호 가맹점을 내는 기록을 세웠다. 적어도 국내에선 세계 최대 규모인 스타벅스를 넘어서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그의 도전의식과 집념이 낳은 결과다.

잘 나가던 그가 난관에 봉착한 건 야심차게 출범시킨 ‘망고식스’의 부진이었다. 주스 전문점이란 생소한 분야에 도전장을 낸 그는 “중국에도 3000개의 가맹점을 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했던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살린 커피 전문 서브 브랜드 ‘망고식스 미니’를 만들고, 해외 진출도 시도했지만 재기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실패 극복 DNA가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따지고 보면 강 대표는 성공에는 익숙하지만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지 못한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그를 잘 아는 주변에서도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전한다. 오죽하면 그가 막다른 선택을 했겠는가.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의 손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의 창업 토양은 실패의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새로 설치되면서 창업 실패 지원시스템이 구축된다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미래의 우리 먹거리는 창업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마윈은 8번의 실패 끝에 세계적 기업인 알리바바를 일궈냈다. 창업 생태계가 건강하려면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일자리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는 새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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