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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정보 유출 처벌 어디까지 ②] “중소기업 보호해야” vs “부당하게 처벌 확대” 논란
-기술유출 보안 투자 어려운 중소기업…‘영업비밀’ 인정받기 어려워
-지난해 재판회부 기술유출범 161명 불과…무혐의 857명으로 더 많아
-회사가 인력유출 방지 위해 업무상 배임죄 고소 남용한다는 반론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그동안 퇴사자가 영업정보를 유출한 경우 검찰이 업무상 배임죄를 같이 문제삼았던 것은 현실적으로 영업비밀 누설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경쟁방지법이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161명(약식기소 제외)에 불과하다. 반면 무혐의 처분을 받은 피의자는 878명이고, 기소가 유예된 피의자도 40여 명에 달한다. 2015년에도 총 184명이 기소됐지만, 무혐의 857명, 기소유예 23명으로 재판을 받지 않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 


기술유출범죄는 단순히 근로자가 영업상 얻은 정보를 유출하거나 활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상 부정경쟁방지법 보호 대상인 ‘영업비밀’이 되려면 △해당 자료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어야 하고(비공지성) △회사가 상당한 수준의 비밀 유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비밀관리성) △경제적으로 활용 가치가 있어야(경제적 유용성) 한다.

이 중 ‘비밀관리성’을 인정받지 못해 퇴직자를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보안 환경을 갖추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비밀 유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퇴직자가 영업비밀을 유출했다고 판단하면 기업은 업무상 배임죄를 함께 물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 기술유출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여겨졌다.

영업비밀 침해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중견 검사는 “ IT분야 중소기업은 이직율이 높아 기술유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배임죄 적용을 엄격히 하면 중소기업 기술유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무상 배임죄를 기술유출 사범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게 처벌 범위를 넓히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인천지법 형사3부(재판장 김동진 부장판사)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퇴직자가 활용한 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해 배임죄로 무리하게 처벌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는 사건 가운데는 기업이 인력 유출 방지나 퇴직자에 대한 보복을 위해 고소를 남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검찰 내에서도 중요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 등으로 배임죄 적용 범위를 최소화하고 국내 업체 간 인력유출로 인한 영업비밀 분쟁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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