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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하이브리드 변속기’ 감성대전
하이브리드 기술개발 역사를 놓고 보면 도요타가 현대차보다 훨씬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도요타는 1997년 1세대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작년 4세대 모델까지 선보인 반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아이오닉을 작년에 처음 선보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차량 최대 구매 포인트인 연비에서 프리우스와 대등하거나 미세하게 앞선 결과를 보였다.

국내에서 4세대 프리우스의 복합연비는 21.9㎞/ℓ로 아이오닉(22.4㎞/ℓ)에 비해서는 낮지만, 도심연비는 22.6㎞/ℓ로 아이오닉의 도심연비(22.5㎞/ℓ)보다 약간 높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아이오닉은 58MPG(Mile Per Gallon)를 기록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종 통틀어 최고 연비 기록을 세웠다. 이 역시 프리우스(56MPG)를 누른 기록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연비경쟁은 최근 하이브리드 변속 방식을 놓고 신경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도요타가 렉서스 브랜드에서 LC500h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렉서스는 최근 LC500h를 국내서 발표하며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유단 기어를 조합했다고 밝혔다. 기존 E-CVT(Continuously Variable automatic Transmission)에다가 4단 기어를 맞물리는 방식이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하이브리드에 전자식으로 CVT 방식(단수 없이 무단으로 변속)을 제어하는 E-CVT만을 고수하다 이번에 4단 기어를 최초로 합쳤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미 아이오닉이 6단 DCT(Dual Clutch Transmission:두 개 클러치로 수동 기반 자동변속) 방식을 쓰고 있어 엄밀히 봤을 때 ‘세계 최초’란 타이틀이 완벽히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는 과거 아반떼나 포르테 하이브리드에 CVT를 적용했으나 현재는 아이오닉 외에도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에 6단 변속을 쓰고 있다.

현대차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6단 자동변속기를, 기아차에서 니로 하이브리드는 6단 DCT를 쓴다. K5 하이브리드와 K7하이브리드도 6단 자동변속 방식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CVT서 6단 변속으로 갈아탄 이유는 CVT 방식에 분명 단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상 하이브리드 차량에 연비 강점을 갖고 있는 CVT가 주로 적용됐지만, 현대차는 CVT가 주행감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CVT가 엔진출력에 맞춰 변속이 부드럽게 연속적으로 이뤄져 변속시 발생하는 동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반면, 변속의 단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출력 또는 가속에서 저하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오닉이 6단 DCT를 채택한 것도 보다 역동적인 주행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도요타는 엔진회전수를 가급적 낮게 유지한 채 부드럽게 속도를 높이는 기술방식이야말로 자사 하이브리드 최대 매력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운전자가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록 조용히 가속이 되는 E-CVT가 일종의 ‘침묵의 가속’이라고 강조한다.

또 현대차 하이브리드 방식이 모터가 하나인 반면, 도요타는 각각 충전용과 구동용으로 2개를 갖추고 있어 원천적으로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2개의 모터가 ‘동력분할기구(Power Split Device)’와 하나가 돼 변속기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E-CVT다.

이를 바탕으로 주행속도, 도로상태, 엔진출력, 운전자 입력 등 여러 변수를 반영해 유성기어 및 엔진과 구동 모터의 조합이 실시간 달라진다. 이 때문에 E-CVT는 경우에 따라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도 주행속도가 비례해 상승하지 않는다.

이 같은 특징으로 도요타 하이브리드 변속방식이 무미건조해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지 않는다 평가에 대해 도요타 측은 ‘편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스트셀링카 렉서스 ES300h는 최고출력 158마력의 직렬 4기통 2.5리터 엔진에 143마력짜리 모터를 맞물려 시스템 총출력 203마력을 내는데 이는 E-CVT만으로도 구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렉서스가 최근 선보인 LC500h에 E-CVT와 4단 기어를 별도 조합한 ‘멀티 스테이지(Multi-stage)’를 적용해 E-CVT만으론 하이브리드에서 고성능 스포츠쿠페 감성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직선에서 속도를 급속도로 올리거나 코너링 혹은 경사길을 경험할 때 보다 역동적인 주행느낌을 들게 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도요타 측도 “4단 기어가 엔진의 총출력까지 제어해 기존 하이브리드보다 총출력이 24% 늘었다”며 “E-CVT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스포츠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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