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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교묘한 자체 방학’ “그집 애만 보내시게요?” 압박
내달 첫 주 자율등원기간
“교사 휴가는 이해하지만…”
맡길 곳 없어 ‘발만 동동’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하면서 어린이집 방학 때문에 고심하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 현행법상 어린이집은 천재지변 등 특수상황이 아니면 휴원을 할 수 없지만 대다수의 어린이집은 매년 여름과 겨울 등 최소 2차례 방학 아닌 방학을 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과 보건복지부 지침상 어린이집 운영원칙에 보육교사 하계휴가사용 등을 이유로 어린이집의 문을 닫는 ‘방학’은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보호자의 보육수요조사를 거쳐 보육공백을 최소화하고 보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반 구성이나 교사 대 아동비율을 달리해 운영할 수는 있다. 이 경우 맞벌이 가정 등 긴급보육이 필요한 아동을 위해 당번교사가 있어야 한다. 

교사들도 근로자인 만큼 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에서 규정에 없는 자체 방학으로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가정은 ‘보육 공백’에 한숨짓는다.

서울에 거주하는 워킹맘 이모(35) 씨는 얼마 전 세 살된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8월 첫주 자율 등원 수요조사’ 안내문이 날아왔다. 자신과 남편 모두 휴가를 쓸 수 없는 형편이어서 등원한다고 체크하자 며칠 후 어린이집 원장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어린이집 원장은 낮은 목소리로 “(방학 기간) 다른 아이는 모두 부모님들하고 해외여행 등 휴가를 떠나 등원을 희망하는 경우는 어머님 아이 뿐”이라고 말했다. 원장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처음 보내는 거라 잘 모르는 것 같다. 방학 기간 보내면 선생님이 바뀔 수 있어 아이가 적응에 힘들 수 있다”고 압박해 등원을 포기해야 했다. 단기 베이비시터도 구하지 못한 이 씨는 결국 부산의 친정에 일주일간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이 씨는 “선생님도 쉬는 날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눈치없이 등원한다고 한 것 같다. 혹시 이 일로 아이한테 괜한 불이익이 올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워킹맘에게는 어린이집 보육수요조사가 ‘사실상 아이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휴가를 맞출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의 한숨이 나오는 까닭이다. 주변에서는 어린이집 방학은 ‘불법’이라며 항의하라고 하지만 아이가 괜한 불이익을 당할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근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도 ‘공포의 어린이집 방학’이라는 워킹맘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어린이집 방학이 2주나 된다는 워킹맘 A 씨는 “최근 동의서를 받았는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보수공사를 한다며 방학기간 등원해도 선풍기, 에어컨을 틀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A 씨는 “여러 엄마들의 항의에 방학이 1주일로 줄었다”며 “시댁과 친정집이 멀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가격이 비싸더라도 단기 돌보미를 알아보는 중이다“고 했다. 이어 “이 기간 어린이집에 보육료는 덜 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 보육료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줄일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어린이집 방학이 불법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어린이집에 보육료만 지원하는 만큼 방지대책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맘 B 씨도 “남편은 휴가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고 나도 2주씩이나 쓸 수도 없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린이집이 공휴일이 아닌데 문을 닫으면 영유아보육법 위반에 해당한다. 1차로 시정명령을 받고, 시정하지 않으면 운영정지 1년에 처해진다. 또 다시 위반하면 시설 폐쇄 처분을 받는다. 또 차량운영비를 지원받는 시설에서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지도 점검 대상이다.

하지만 전국 4만2400여개에 이르는 어린이집을 지자체들이 일일이 점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모 구청 어린이집 담당 공무원은 “지난달부터 어린이집에 ‘방학은 불가하다’는 공문을 2차례나 보냈다”며 “하지만 규정상 보육수요조사를 거치고 당번교사가 배치되면 문제가 없다. 민원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직교사는 반드시 출근하도록 하고 쉬는 날이 없게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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