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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선 판사-대법원장 대립구도 고착화…3차 전국 판사 회의 열기로
-양 대법원장 퇴임 전 추가 회의…후임자에게도 권한남용 방지 촉구
-한차례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들이 계속 회의 할 수 있느냐는 이견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양승태 대법원장(69·사법연수원 2기)의 퇴임 전인 9월 11일 3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일선 판사들과 대법원장의 대립구도가 고착화 될 전망이다.

대표회의가 24일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두 번째 회의를 열고 결의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양 대법원장이 거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를 재차 의결했고, 대표회의 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사법개혁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3차 회의 시점을 양 대법원장 퇴임일인 9월 26일 이전으로 잡은 것은 현 대법원장 재임 중에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표회의는 양 대법원장을 상대로 최한돈(52·28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말라고도 요구했다. 최 부장판사는 양 대법원장의 추가조사 거부에 반발해 28일자로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이미 한차례 대국민 사과를 한 상황이라 극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갈등 구도는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표회의는 법원행정처의 기능 축소 등 제도 개선안도 시간을 두고 꾸준히 논의하기로 해 아직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차기 대법원장을 상대할 뜻도 분명히 했다. 회의 공보업무를 맡은 수원지법 송승용(43·29기) 부장판사는 “이번 2차 회의에서는 곧 바뀌는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 요구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회의는 일선 재판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가시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때까지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판사들에게 자율적인 사무분담 권한을 돌려주는 문제는 단기간에 대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만큼 4차, 5차 회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각급 법원에서는 대표회의 활동이 길어지는 데 대한 반대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현재 회의에 참석하는 판사들이 대표권한을 위임받을 때는 회의가 장기화될 것까지 예상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회의에 불참한 몇몇 판사는 ‘2차 회의까지 대표할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사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표회의가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사법행정권은 대법원장에게 있고, 대법원장은 각급 법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법관 대표회의가 상설화돼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려면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 부장판사는 “1차 회의 때 논의하기로 한 주제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위임 권한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각종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표회의 의결이) 대법원장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표회의가 사법 행정에 관한 사항을 의결해도 권고나 제안 정도인 만큼 입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법원장이 전국의 판사 대표들이 결정한 사항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위임 권한이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게 맞다는 반론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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