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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세 인하’ 세계대전에서 나 홀로 역주행 시동건 文
-문재인 정부 韓, 기업 법인세 인상 드라이브 착수
-반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법인세 15%까지 파격 인하
-OECD 발표 법인세 인하 또는 유지 28개국...인상은 그리스 등 6개국 뿐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현재 35%인 법인세율을 15%로 내려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참모 회의에서 마침내 시동을 건 법인세 인하 전쟁의 서막이다. 지난해 기준 22.5%로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했던 미국의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낮춰 투자와 창업 등 자국 내 기업활동을 보다 활발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다.

기업 때리기가 대세였던 프랑스도 마크롱 대통령 당선과 함께 180도 방향 전환에 나섰다. 33.3%인 법인세를 25%까지 낮춰 기업의 고용을 늘리겠다는 마크롱의 방침에 국제통화기구(IMF)는 성장률 예상치 인상으로 화답했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프랑스 정부가 성장, 고용,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노동시장 개혁과 세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경제 활력을 높이고 재정을 안정화하는 방향의 경제정책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 만은 예외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과 국무회의 ‘대기업, 부자’ 증세 발언을 시작으로 기업 증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초 대기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법인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초대기업’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99대 1의 싸움으로 몰고가는 정치적 꼼수다.


세계는 법인세 인하 전쟁=미국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2조 달러가 넘는 세수 손실을 우려 반대하고 있지만,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게 미국내 관측이다.

미국 뿐 아니다. 노르웨이와 프랑스, 그리고 세계 각국은 법인세 인하 경쟁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노르웨이는 25%인 법인세율을 2018까지 23%로 순차적으로 내린다. 프랑스도 33.3%의 법인세율을 중소기업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대기업까지 28%로 낮춘다. 심지어 4월에 당선한 마크롱 대통령은 25%로 추가 인하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법인세 인하 트랜드는 2008년과 2015년 세율을 비교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OECD가 발표한 세계 주요 각국 법인세 현황에 따르면 2008년 28%였던 영국의 법인세율은 20%까지 내려갔다. 필란드, 캐나다, 덴마크, 뉴질랜드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비슷한 산업, 경제 구조 아래 우리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도 인하가 대세다. 일본은 2008년 39.5%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32.1%까지 낮췄고 스페인, 헝가리 등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유럽 신흥 공업국가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법인세율을 인하했거나 유지한 국가는 28개국이었으며 인상한 나라는 그리스와 칠레 등 6개국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도 지금까지는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우리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기업에는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34%였던 1991년 노태우 정부 당시 법인세율은 김영상 정부에서 28%로, 다시 김대중 정부에선 27%로, 노무현 정부에선 25%까지 내려왔다. 지금의 법인세율은 이명박 정부 때 완성됐다.

이는 우리의 비교 대상인 OECD 평균과도 일치한다. OECD 평균 법인세율 평균은 2000년 30.2%에서 2008년 23.9%, 2016년 22.5%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역주행 시동건 韓, 기업은 화수분?=반면 우리나라는 법인세율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초대기업’이라는 대상을 새로 만들고, 정치권의 반 삼성, 반 대기업 정서를 자극했다.

이는 북한에 2000만평이 넘는 개성공단을 새로 확장하고, 또 기초노령연금 월 지급액을 몇 십만원 씩 늘리고, 공무원도 80만명 더 뽑고, 공짜 와이파이 망도 확대 구축하는 등 수십 조원에 달하는 정책을 제안한 것과 관계가 깊다. 그 재원마련 대책으로는 법인세 인상,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유수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규모가 큰 기업들의 호주머니를 내세운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이 이들 정치인들에게는 ‘화수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동떨어진 세율 인상 논의가 법인세와 기업을 ‘화수분’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 한 토론회에서 “복지지출이 급증한데 필요한 재원을 법인세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것 부터가 이미 복지지출 예산을 정책적으로 미리 확보하지 못해 불똥이 튄 격”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증세리스크를 제대로 제거해 똑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은 기업규모가 커짐에 따라 실효세율 부담이 줄어왔으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실효세율 부담이 늘어왔다”며 국내 기업들의 높은 실질 조세 부담율을 지적했다. 그는 “법인세 인상은 단기적인 세수확보를 가능케 하겠지만 항구적인 재원 조달이 될 수는 없다”며 “복지지출 재원이 필요하다면 모든 세목을 다 열거해 놓고 필요한 세목을 선별해 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분업화, 현지 생산화가 일상이 된 세계 기업 생산 흐름을 국내 정치인들이 못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낙수효과가 있다 없다 식의 선동적인 구호가 아닌, 세제 변화가 가져올 효과를 냉철하게 분석 예측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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