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압박 계산된 행동”관측
美 대표단, 中 철강덤핑 정조준
안보 빌미 ‘무역확장법’도 이슈
미국ㆍ중국 간 거시 경제 정책과 무역 및 투자 협력 등을 논의하는 ‘포괄적 경제대화’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렸지만 산적한 경제 현안과 관련해 아무런 돌파구도 찾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대북 제재에 마찰음을 빚으며 악화된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회의 시작 전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이번 경제대화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100일간 시간을 두기로 했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서 이뤄졌다. 미국 측에선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중국에선 왕양 국무원 부총리와 주광야오 재정부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
|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재무부 청사에서 만나 ‘포괄적 경제대화’를 갖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
이날 개막식 행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통상압박 기류에 따라 간소하게 진행됐다. 불룸버그통신은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하 듯 경제대화 전반에도 긴장감이 흘렀다고 전했다. 양국 모두 구체적으로 다룰 안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양측은 이번 회의 후 공동 성명도 발표하지 않고 오후에 예정된 기자회견 일정도 취소했다. 이는 지난 몇 년 간 회의와 크게 다른 것으로 양측의 의견차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일각에선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회의에 앞서 로스 상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양국의 근본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상품 무역적자의 거의 5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것이 단지 자유시장의 자연스러운 산물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역과 투자 관계를 보다 공정하고 동등하고 상호적인 방식으로 재조정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대표단은 최근 들어 미국과 협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결 구도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왕양 부총리는 “중국을 챔피언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양국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서로 공격할 필요가 없다”며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이 주장한 무역 불균형은 중국 철강제품 덤핑 수출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철강 생산량 7323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량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더 많은 중국 철강이 세계시장에 진출해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미국 철강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철강 덤핑 수출 의혹을 제기하며, 추가 관세 부과와 수입할당(쿼터) 제도 발동을 검토해왔다. 특히 중국 철강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며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에 근거한 광범위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미국의 232 조항에 근거한 제재 움직임이 중국,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과 무역전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역에서 다른 국가들도 ‘국가안보’ 예외를 주장할 수 있는 보호무역주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이혜미 기자/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