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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21세기 기업생존 ‘우문현답’에서 답 찾을 때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이 삶의 근본이란 의미다. 이 같은 근본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아 정부와 기업, 단체 등 각계각층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한국마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일명 ‘릴레이 봉사활동’을 펼치며 전국 농가에 단비와 같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기업의 성공척도를 수익확대와 비용축소에서만 찾던 시기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회장을 비롯해 모든 임직원이 현업을 미룬 채 행하는 ‘릴레이 봉사활동’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며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바뀐 것 또한 사실이다. 그중에도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요구하는 거센 목소리는 문화는 물론, 기업의 사회공헌 패러다임마저 크게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쌀, 연탄 등의 생필품을 제공하는 1회성 지원이 사회공헌의 주를 이뤘으나, 현재는 기업의 특성을 살린 봉사활동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재능기부활동이 대표 사례다. IT와 미용업계 등 전문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지자체도 지역 명인 등을 활용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말산업 육성전담기관으로서 한국마사회도 전체를 조망하는 관제탑 역할에서 벗어나 현장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말산업 육성’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우리는 이것을 ‘우문현답’이라고도 한다. ‘언제나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중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게 ‘프로보노(렛츠런 엔젤스) 데이’다. 프로보노는 전문가들이 지식을 활용해 약자와 취약계층을 돕는 활동을 의미한다. ‘공익을 위한다’는 의미의 라틴어(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한 용어이기도 하다. 한국마사회는 이 취지에 맞게 매년 수차례 프로보노 데이를 개최해 취약계층 지원과 말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가와 승마장을 대상으로 수의, 장제, 방역, 육성조련 등의 전문지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복지시설과 취약계층의 환경개선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 재활승마를 활용한 장애치유도 수혜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농식품부와 농진청 등을 거치며 농어촌의 현실을 잘 아는 필자 역시 미약하나마 꾸준히 참여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마사회는 지난 7월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도농교류의 날을 맞아 농촌지역 활성화에 기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던 만큼 의미도 컸다. 하지만 사실 나에게 재능기부행사가 더욱 값진 이유는 수혜자들의 환한 미소에 있다.

21세기 지구촌은 정보가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쉼 없이 이동 중이다. 수 십 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던 기업도 한 번의 실수로 추락해 도산할 수 있다. 특히 사행산업이란 틀에 묶여 부정적 이미지가 큰 마사회와 같은 기관은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공헌활동이 중요하다.

마사회는 재능기부활동 외에도 재활ㆍ힐링 승마, 청소년 드림센터, 기부금 집행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재활ㆍ힐링승마는 말을 매개로 장애를 치유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도 인기다. ‘렛츠런 청소년 드림센터’ 조성사업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취지의 기회를 주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올해 5월 새 정부가 들어서며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높다. 그중에서도 상생과 복지증진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은 당장에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기업과 국민들이 ‘우문현답’의 의미를 가슴에 깊이 새겨야 될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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