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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차 동네 카센터 수리법 ‘유명 무실’…정보공개 소극적인 수입차 업계
- 작년 4월 시행됐지만 소모품 교체 이상의 정비 어려워
- 수입차 업계, 보안 등 이유로 통신프로토콜ㆍ핀코드 등 정보 제공 미온적
- 정비 교육도 프로그램 당 교육생 20여명 불과…‘생색내기’ 비판
- “소비자의 ‘정비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Repair)’ 위해 제도 정착 시급”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수입차 수리를 공식 서비스센터 외 동네 카센터로까지 확대, 시행토록 했지만 유예기간 1년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동네 카센터에서 수입차 수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업계의 소극적 협조로 제도 정착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POS)에 따르면 작년 4월 ‘자동차제작자 등의 자동차정비업자에 대한 기술지도ㆍ교육 및 정비 장비ㆍ자료 제공에 관한 규정’ 법률안이 개정ㆍ시행됐음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동네 카센터에서는 간단한 소모품 교체를 넘어선 수준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작년부터 수입차 수리를 공식 서비스센터 외 동네 카센터까지 확대, 시행토록 했지만 유예기간 1년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동네 카센터에서 수입차 수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의 한 카센터.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CARPOS 관계자는 “각 수입차 업체에서 매뉴얼은 어느 정도 제공하고 있지만 ‘범용 진단기’ 제작에 필요한 통신프로토콜 및 보안작업을 위한 핀코드 등을 공개하는데는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률 취지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장치가 많은 수입차 특성상 차량 고장 원인을 정밀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진단기가 필수적이다. 또 수입차 소프트웨어 수리 시 핀코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각 수입차 업계가 보안 등을 이유로 정보 제공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동네 카센터 수입차 수리는 사실상 소모품 교체 정도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키, 차량 소프트웨어 고장 등 소비자 입장에서 비용과 수리기간 부담이 큰 작업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수입차 등록대수가 가장 많은 강남 등지의 카센터에서도 수입차 수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다. 서울 청담동의 한 카센터 대표는 “고가의 장비를 들여봐야 타산이 맞지 않아 수입차 수리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범용 진단기 제작 대신 각 사가 제작한 전용 진단기를 구입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진단기를 구입하더라도 업데이트는 계속 해줘야 하는데 본사에서 이를 위한 인증코드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장비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그나마도 아우디 폭스바겐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전용진단기 판매에 소극적이라 동네 카센터에선 유럽에서 제작한 범용 진단기를 수입하거나 국내 진단기 업체들이 판매하는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정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BMW, 벤츠 등 소수 업체가 작년부터 자사 차량 정비에 대한 외부업체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당 교육생이 20명도 채 되지 않아 ‘생색내기 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동구의 한 카센터업체 대표는 “수입차 수리교육이라면, 국내 범용 진단기업체에서 진단기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개략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수입차업체들도 억울한 점은 있다. 정보 공개 여부는 지사가 아닌 본사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최근 범용진단기 제작을 위한 통신프로토콜을 온라인 다운로드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왔는데 지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본사에서 그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정비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Repair)’를 위해서라도 제도 정착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수입차 전문 수리업체 관계자는 “외부업체 수리는 이제 세계적인 추세”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도 조만간 점검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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