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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현대 물리학의 ‘혁명적 사건’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014년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인터스텔라’는 과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단번에 매료시켰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블랙홀, 웜홀 등을 연구하는 모임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아닌게 아니라 영화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우주를 이동하는 동안 아버지 쿠퍼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 후에 딸의 아들뻘로 조우하게 된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은 절대시간이라는 믿음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았다.

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당시 26세의 아인슈타인은 특허국의 무명 말단 직원에 불과했다. 매일 통근열차를 타고 출근하면서 시청의 시계탑을 창밖으로 바라보던 아인슈타인은 어느날 시계바늘이 움직이기도 전에 열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상대성 이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간보다 훨씬 빨리, 빛의 속도로 열차가 움직인다면 열차는 시간의 간섭을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에 관한 논문에서 동시성을 재정의하기 7년여전, 앙리 푸앵카레 역시 비슷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푸앵카레는 1898년 ‘시간의 척도’라는 논문에서 동시성이 사람들 사이의 동의로 형성된 단순한 규약일 뿐이라며, 빛과 같은 신호의 교환을 통해 시계를 맞추는 것으로 재정의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과학사가 피터 갤리슨은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를 통해 물리학과 현대문명의 혁명적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추적해나간다. 19세기 기차가 생활화되면서 동기화된 시계의 필요성이 제기된건 당연하다. 지도제작은 공간을 상징적이고 실질적으로 정복하는 방식으로 19세기 영토쟁탈전에 결정적인 자산이었다. 1897년 파리 경도국의 시급한 사안 중 하나도 바로 시간이 동기화된 지도를 제작하는 일이었다. 푸앵카레의 지도는 바로 그 요구에 응답한 결과물이다.

갤리슨은 이 책에서 아인슈타인이 올림피아 아카데미 회원들과 독일어로 번역된 푸앵카레의 논문의 발췌본을 읽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당시 푸앵카레는 프랑스 학술원 정회원으로 권력의 정점에 있었고 200여편의 전문적인 학술논문으로 과학의 전 분야를 바꿔놓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특이한 점은 아인슈타인은 1905년 논문에 각주를 달지 않았는데 그가 특허국 심사관으로서의 습관때문이었다. 그런데 후에 물리학자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논문에 참고문헌과 각주를 실었는데, 끝내 푸앵카레의 이름을 싣지 않았다. 철저한 침묵으로 의도적으로 푸앵카레를 피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19세기 후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믿어왔던 에테르가 상대성이론의 발견으로 폐기되는 과정, 경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지도제작자들의 어려움, 전신 신호를 이용한 시계 동기화와 세계지도 제작과정, 천문대 시간과 철도시간 사이의 반발 등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의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읽을 거리다.

이윤미/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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