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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인간문화재’가 된 종이사전 匠人들

  • 고도의 지적기술 종이사전 편찬작업인터넷에 밀려 사라져버릴 위기 직면국내사전 거의 20년간 개정판 못내
  • 기사입력 2017-07-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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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소설 ‘침묵의 미래’에는 사라져가는 언어의 마지막 화자들을 데려다 만든 소수언어박물관 얘기가나온다. 언어의 마지막 생존자들을 한 칸 우리 같은 공간에 가둬 놓고 전시하는 거대 박물관이다. 알아듣는 이 하나 없는 말을 중얼거리다 언어의 생존자가 죽으면 그 몸과 정신에 수천년 이어져온 언어, 문화도 사라지게 된다.

언어의 집인 사전도 요즘 같은 신세로 보인다. 집집마다 한 두 권씩 있게 마련인 사전은 재활용품과 함께 내다 버려지고 과거 사전을 펴낸 곳들은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 자료들을 파기한 지 오래다. 사전도, 사전편찬자도 어느새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인터넷과 검색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의 거의 모든 사전은 20년 가까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

“나는 인류가 고안해낸 책 가운데 가장 발전적인 책이 사전이라고 봐요. (…)사전은 언어학적인 것만이 아니라 인류 지식의 총합이자 그걸 정리한 체계라고 생각해요. 아주 폭넓은 문헌이지.”(‘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중)

포털의 웹사전 기획자인 정철 씨가 종이 시대의 지식 기록자인 이런 ‘인간문화재’를 찾아나선 건 흥미롭다. 고도의 지적기술인 사전편찬기술을 영영 잃어버리는데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그는 이들을 만나 사전편찬의 경험을 듣고 기록했다.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사계절)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전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묻고 기록한 사전편찬 노하우가 담긴 최초의 단행본이다.

‘사전의 꽃’인 백과사전의 전성기는 1970년대~90년대로 그 중심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있다. 일본 사전의 영향을 받은 여타 백과사전과 달리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은 영어판의 객관적 사실과 함께 한국실정을 반영한 진보적인 색채로 호응을 얻었다. 

당시 한국어판 교열 및 편집작업을 했던 장경식 전 한국브리태니커회사 대표는 한국관련 항목만 추가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분야별 용어가 충돌하거나 중복되는 등 통일성을 부여하는게 가장 큰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우리 말로 문장을 통일하기 위해 이오덕 선생님으로부터 글쓰기 특강을 받았는데 현실적으로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백과사전은 흔히 객관적이라고 말하지만 장 대표는 “시장과 독자를 의식해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언어, 민족, 정치사회적 동향에 따라 다르게 기술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영토분쟁, 역사를 기술할 때는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마련이란 얘기다.

남북이 처음으로 함께 편찬하는 ‘겨레말큰사전’의 조재수 남측 편찬위원장은 사전만 편찬하는 전문집단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국가 지원으로 이뤄지는 사전 편찬작업의 경우, 5년, 10년 단기간으로 잡다가 예산이 없으면 중단되는 문제도 지적한다. 어휘를 정연하고 넉넉하게 정리하려면 전문가가 말의 계열별로 집필 분담을 해야 하는데 돈과 시간 뿐 아니라 전문적 일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1988년 개정된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바로 적용해 큰 성공을 거둔 ‘금성판 국어대사전’ 편찬을 총괄한 안상순 씨는 언중의 언어생활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사전에 방점을 둔다. ‘왠지’라는 표제어를 처음으로 사전에 수록된 건 금성판이 처음이다. 당시엔 ‘왠지’와 ‘웬지’ 두 표기를 놓고 우기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보니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이 책은 사전편찬자들의 편찬 경험담을 들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웹사전과 종이사전, 규범과 용례 등 사전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가령 과거 사전이 엄격한 규범과 표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면, 웹사전은 수많은 예문을 모아놓은 말뭉치 안에서 어휘와 예문을 얼마나 잘 꺼내 기술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보의 범람 속에서 균형잡힌 지식과 신뢰할 만한 지식의 표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 사전의 흑역사도 소개한다.

외국어사전의 경우 대다수가 여러 종의 일본 사전을 번역해 짜깁기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전 편집자 류사와 다케시와 이메일 인터뷰도 관심을 모은다. 류사와는 일본의 대표적 사전 출판사인 헤이본사에서 ‘세계대백과사전’(전35권) 편찬을 총괄한 인물. 그는 백과사전을 정보가 아닌 지식으로 본다는 점에서 웹사전의 시각과 다르다.

정보는 과거 100년에 두 배씩 총량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13개월에 두 배가 늘어난다. 종이 사전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백과사전 편찬에 담긴, 지식의 구조화와 알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웹정보시대에 큰 울림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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