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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학교폭력보다 더 걱정스러운 교사들의 은폐시도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생들의 학교 폭력 사건에 대한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는 불행히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 등이 연루된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고 적당히 무마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학교 폭력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길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도 학교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일선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공정하고 엄격한 처리로 재발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되레 감추기에 급급하고, 어물쩍 넘기려 했다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교측은 “교육청은 의혹만 나열하고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 결과를 들여다 보면 학교측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우선 지난 4월 사건 발생 사흘 뒤 담임교사가 확보한 학생 9명의 진술서 18장 중 6장이 사라졌다. 4장은 목격학생 2명의 것이고, 나머지 두 장은 공교롭게도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2명의 진술서다. 단순 관리 부실이라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보안이 유지돼야 할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의 조사한 내용이 외부로 마구 유출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의 대기업 회장 손자의 학부모가 자신의 아들 조사 내용이 담긴 자료를 요구하자 생활지도부 교사가 e메일과 문자로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정보 공개 등의 절차는 없었다. 늑장 부실 대응 정황도 보인다. 뒤늦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구성됐으나 학교전담 경찰관이 배제됐다. 구성 및 조사의 공정성이 결여된 것이다. 심지어 학교측은 피해 학생에게 진술을 강요하고 전학까지 권유했다고 한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교사는 해임하고 담임 교사는 정직 등 중징계를 학교 법인에 요구했다. 이와는 별개로 이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형사적 책임도 묻겠다는 것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처벌 강도다. 그만큼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충격이 크다는 얘기다. 학교는 사회 어느 집단보다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학교는 그렇지 못했다. 이런 모습을 학생들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숭의초 사태가 학교 부조리를 씻어내는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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