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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국정원 개혁, 적폐청산·정치보복 사이
국가정보원이 개혁의 첫발을 내딛었지만 출발부터 석연찮은 뒷맛을 남긴다. 국정원은 적폐청산을 내세워 과거 잘못된 정치개입 의혹으로 논란이 된 사건들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야권은 당장 정치보복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행보에는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을 통한 개혁 의지가 반영돼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민간인 사찰, 정치와 선거 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를 4대 공안범죄로 규정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이번에 공개한 적폐 청산 대상은 남북정상회담 서해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 대선 댓글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박원순 제압문건 논란, ‘좌익효수’ 필명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뒷조사, 극우단체 지원 관여,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등을 포함한 13개에 달한다.

문제는 13개 적폐 청산 대상 대부분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야권이 정권이 교체됐다고 개혁을 빌미로 사실상 정치보복에 나선 것이라며 반발하는 까닭이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국정원장의 독대보고를 금지하고 주요 인물 활동 보고를 중단시키는 등 상대적으로 국정원 독립성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야권의 주장에 편들어주기는 힘들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이나 과거 수차례의 국정원 ‘셀프 개혁’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야권의 목소리를 마냥 무시하기만도 어렵다.

국정원의 진상조사 대상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들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에도 만만찮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표적 감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감사원의 ‘4대강ㆍ면세점 비리’ 감사와 문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곤경으로 몰아넣은 검찰의 ‘문준용 의혹 조작’ 사건이 동시점에 불거졌다는 점도 공교롭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이 이 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고 환골탈퇴하기 위해서는 서훈 원장이 언급한 대로 팔이 잘려나갈 정도의 강도 높은 개혁과 반성, 그리고 의지를 뛰어넘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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