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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0년 제약 역사‘에 국산신약은 고작 ’28개‘....시장에서는 ’외면‘
-국내개발 신약 28개 제품 생산실적 분석
-생산금액 1677억…전체 의약품 생산액의 1% 불과
-선플라주, 밀리칸주, 슈도박신주 등은 생산 중단
-카나브, 제미글로, 놀텍, 듀비에 등은 100억원 이상

[헤럴드경제=김태열ㆍ손인규 기자]# 장면1.지난 2010년 ‘CJ제일제당(현 CJ헬스케어)’은 국내개발 7호 신약인 ‘슈도박신주’를 자진취하 하겠다고 식약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다. CJ제일제당이 14년 동안 약 15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녹농균 감염 예방백신인 슈도박신주는 당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임상시험을 위한 피험자를 확보하지 못해 임상은 중단됐고 슈도박신주는 세상에 나와 보지도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장면2.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제약기업 키아라 헬스사와 아프리카 10개국에 7년간 총 3771만 달러의 카나브패밀리를 공급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카나브의 기술수출 계약규모는 총 51개국, 4억 1360만 달러에 달하고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국산 신약이 28개에 이르지만 제품들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제품의 경우 아예 생산이 되고 있지 않아 국내개발 신약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경우도 있었다. 제품 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제품이 지속적으로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약사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개발 신약 생산실적 1677억원…전체 의약품의 1% 뿐=현재 국내에서 국내개발 신약으로 인정받은 의약품은 총 28개 제품이다. 지난 1993년 SK케미칼이 위암 치료제로 개발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지난 5월 일동제약의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베시보정’까지 국산 신약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제품은 28개에 이른다.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국내개발 신약 출현이 드문드문 이뤄지다가 2010년 이후에는 국내개발 신약이 거의 매년 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2015년에만 허가된 국내개발 신약은 6개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개발 신약의 생산실적은 민망한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개발 신약의 2016년 생산금액은 1677억원으로 전년 1586억원보다 5.7%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의약품 생산실적에 비하면 비중이 매우 적다. 지난 해 국내 의약품의 총 생산실적이 18조8061억원이었으니 국내개발 신약의 비중은 1%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생산실적 전무한 제품 6개=국내개발 신약 중에는 현재 아예 생산실적이 없는 제품이 6개 이른다. 우선 국내개발 1호 신약인 선플라주는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선플라주는 지난 2009년부터 생산이 되지 않고 있는데 선플라주 이후 출시된 항암제들의 효능에 비해 선플라주의 효능이 상대적으로 뒤쳐져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약 3호로 지정된 동화약품의 방사성의약품 ‘밀리칸주’ 역시 현재 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의 경우 미리 생산을 하지 못하고 의약품 요청이 오면 그 때 생산이 들어가는데 밀리칸주의 경우 환자의 수요가 거의 없어 경제성면에서 이점이 없다는 판단하에 생산이 중단됐다. CJ제일제당의 슈도박신주는 역시 임상 3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자진취하를 결정했다.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 ‘제피드정’의 경우엔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아 생산을 접은 경우다. 지난 2011년 허가를 획득한 제피드정은 당시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풀리면서 수 많은 제네릭이 쏟아져 나왔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제피드정은 설 곳을 잃었다. 지난 2015년까지 제품 생산이 돼오다가 지난 해에는 생산을 아예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삼성제약의 ‘리아백스주’,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정’도 2016년 생산금액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잘 나가는’ 신약도…100억 이상 신약 5개=반면 잘 나가는 신약도 있다. 우선 지난 해 생산액 기준으로 보령제약의 카나브는 생산액 5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보다 28.5%가 증가했다. 국내개발 신약 중 가장 많은 생산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어서 LG생명과학(현 LG화학)이 개발해 2012년 허가를 획득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정’의 경우도 지난 해 315억원의 생산액을 보이며 전년에 비해 60% 정도가 늘어났다. 제미글로의 경우 월 처방액이 60억원을 돌파하면서 올 해 매출액은 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일양약품의 소화성궤양 치료제 ‘놀텍’이 186억원,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정’이 162억원, 한미약품의 폐암 치료제 ‘올리타정’이 102억원으로 총 5개 국내개발 신약이 100억원 이상의 생산액을 보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90년대 개발된 신약들은 당시엔 획기적인 제품력으로 국산 신약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나오는 신약들이 효능면에서 보다 앞서는 점 때문에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하에 생산을 중단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면 2010년대 이후 나온 신약들 중에는 좋은 효능과 함께 국산 신약이라는 메리트, 제약사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해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제품들도 있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신약 되지 않으려면…=이처럼 국내개발 신약 중에서 잘 나가는 제품도 있는 반면 서류에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시장에서 퇴출된 것으로 봐도 무방한 제품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국산 신약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제약사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약사는 허가만을 위한 제품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제품의 생명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내개발 신약으로 허가를 획득한 제품에 대한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확실히 줘 국내개발 신약이 롱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20년 제약 역사에서 아직 국내 기술로 개발된 신약이 30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생산이 중단된 제품도 있다는 것은 더욱 안타깝다”며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온 만큼 국내개발 신약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약사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정부는 정책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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