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고령화 속도, 소비위축이 문제
은퇴시기 연장, 성평등정책 등 필요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급속도로 진행 중인 인구고령화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026∼2035년에 0.4%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안병권 거시경제연구실장 등은 6일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성장회계모형을 통해 인구고령화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추산했다. 노동생산성은 2000년 이후의 추세가 미래에도 이어지고 경제활동참가율이 2015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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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인구고령화의 영향으로 2000∼2015년 중 연평균 3.9%에서 2016∼2025년 중 1.9%, 2026∼2035년 중 0.4%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2036년 이후에는 인구 증가율이 꺾이면서 성장률이 0% 내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속도가 매우 가파른데다 은퇴 후 근로소득 감소와 함께 곧바로 소비가 위축되는 신흥국의 소득ㆍ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퇴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5년 연장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해보니 인구고령화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폭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2016∼2025년 중 성장률은 1.9%에서 2.3%로 0.4%포인트, 2026∼2035년 성장률은 0.4%에서 0.6%로 0.2%포인트 올랐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2015년 현재 57.4%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66.8%)으로 높이게 되면, 향후 20년에 걸쳐 경제성장률 하락을 연평균 0.3∼0.4%포인트 완화시키는 효과가 발생했다. 2040년까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83%) 수준으로 매년 1%포인트씩 상승하는 경우, 경제성장률은 0.6∼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지난해 수준(2.1%)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는 경제성장률이 향후 10년 간 연평균 0.4%포인트, 이후 10년 간 0.8%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은퇴시기 5년 연장, OECD 수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노동생산성 유지와 함께 출산율 제고 등 종합적으로 인구고령화에 대처하게 되면 경제성장률 개선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경제성장률은 향후 10년 내에는 연평균 2%대 후반, 20년 내에는 1%대 중반 정도로 유지되게 된다.
동태적 연산가능일반균형(CGE) 모형을 이용한 분석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은퇴시기 5년 연장시 연평균 0.1∼0.2%포인트 상승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OECD 수준 제고시 향후 20년 간 연평균 0.25∼0.28%포인트 상승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10년 간 1.0%포인트 제고시 향후 20년 간 연평균 0.5∼0.6%포인트 상승 ▷외국인 노동인력 200만명 추가 유입시 0.1%포인트 상승 등의 결과가 나왔다.
안병권 한은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인구고령화의 속도를 늦추면서 인구고령화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는 정책을 종합적으로 시행해 인구고령화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고령화 속도 완화를 위해 성 평등과 일ㆍ가정 양립정책, 보육ㆍ교육비 공공부담, 가족지원 정책 등 출산율 제고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구고령화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은퇴시기 연장, 여성 경제활동 확대와 함께 장기적으로 기술발전 등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