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 첫 데뷔하게 된다. 전 세계가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글로벌 정치가(statesman)다운 품격과 역량을 보여준다면 문 대통령에 대한 세계인의 긍정적 평가와 함께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익 제고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요 선진ㆍ신흥경제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글로벌 경제ㆍ금융 운영위원회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G7을 포함한 G20 정상들은 2009년 피츠버그에서 G20 정상회의를 글로벌 경제협력의 최상위 포럼(premier forum)으로 탄생시켰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한국은 2010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2008년 우리가 제안해 현재까지 G20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동결(스탠드스틸) 의지 재확인을 포함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지배구조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비즈니스 서밋 등 몇 개의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만들어냈다. 또한 전통적으로 G7의 의제였던 개발을 G20의 주요 의제로 포함했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앞으로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G20에 관한 한 우리는 상당한 국제적 자산과 오너십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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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 원장 [사진=헤럴드경제DB] |
올해 G20 주제는 ‘상호연계된 세계 구축(Shaping an Interconnected World)‘이다. 전후 인류의 번영과 경제 발전을 뒷받침해온 세계질서가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지금 주요국 정상들이 다뤄야 할 시의적절한 주제다. G20이 글로벌 경제의 포용적 성장과 선순환을 위해 기울여야 할 구체적 노력을 대통령의 메시지에 담아내야 한다.
세계화의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불충분한 배려의 결과로 나타난 브렉시트 등 반세계화 움직임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저교육ㆍ저소득 계층에 더 많은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동결(스탠드스틸)을 강력히 주장할 필요가 있다. 무역으로 세계 최빈국에서 11위 경제국으로 성장한 나라의 대통령의 주장은 엄청난 설득력을 지닌다. 일부 국가들의 반대가 있더라도 강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역시 상호연계된 세계 구축 논의에 빠질 수 없는 것이다. G20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디지털화(digitalization)’라는 새로운 의제에 담고 있다. G20이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의제로 포함한 것은 신기술 자체가 아니라 혁신과 신기술이 일자리와 경제ㆍ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글로벌 정책 공조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조만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해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신기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일자리 창출과 포용적 성장에 기여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정책을 공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의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 역시 상호연계된 세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역, 디지털화, 기후변화와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개도국을 대변하고 개도국에 대한 지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국 등 일부 국가의 탈퇴로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변화의 악역향을 줄여나가는 데 차질이 생긴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약속 이행에 앞장서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책임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G20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을 알리고 주요국 정상들 및 국제기구 장들과 친분을 쌓는 장이다. 최대한 많은 양자회담과 외신 접촉을 통해 친분 쌓기와 알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위안부 문제, 북한 비핵화와 향후 통일 등 산적한 외교현안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많은 친구가 필요한 우리 대통령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다.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백분 활용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