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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서용식 수목건축 대표]‘작은 정부’와 ‘큰 공동체’
도시는 수많은 기능을 가진 건축과 사람들로 연결된 복합적인 공간이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한 가지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고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매 순간 변화되는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양식의 도시공간이 존재하며, 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공간의 좌표들을 이동하며 일상을 항해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활동과 활력을 바라보는 데에서 사회적 소속감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만큼 일상이나 여행을 통해 매력적인 도시를 경험하는 일은 우리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매우 즐거운 요소다. 매력적인 도시는 다양한 도시공간과 그 안에 담긴 거주민의 일상을 통해 우리에게 풍부한 시ㆍ지각적 경험과 문화적 체험을 전해주고 하나의 고유한 이미지나 스토리를 남긴다. 대표적인 관광명소를 방문하는 것 외에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조용한 주택가나 이색적인 상점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공간을 지나며 그 도시의 이야기를 읽는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대표적 주거유형인 아파트는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기능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는 매력적인 도시의 스토리로는 연결되기는 어렵다.

폐쇄적인 아파트단지와 노후화된 저층주거지로 대표되는 한국의 주거문화는 거주민들의 삶과 수요에 집중하고 다각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무분별하게 확장ㆍ공급돼 정체성을 잃어버린 우리 도시의 현주소다. 획일화된 주거유형과 도시 이미지는 다변화된 시대의 요구에 대응하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정책이나 도시재생 활성화 전략들은 정부주도의 하향식 개발 계획이 태생적으로 지닌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실핏줄처럼 얽혀있는 도시의 시가지와 공간구조는 ‘생활권’이라는 공간적 체험단위로 나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다시금 도시와 지역재생의 핵심주체로서의 주민공동체를 환기한다.

기존의 정비사업은 원주민들의 삶과 고유한 장소성을 지우고 면적의 개념과 부동산적 가치로 환산해 철거와 개발을 반복해왔다. 대안적 도시재생방식으로 대두되고 있는 블록단위 소규모 저층주거지재생모델은 하나의 생활권 안에 주거지와 일상에 필요한 근린생활시설 및 각종 편의시설, 필수 공공시설과 녹지공간 등을 포함시키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이나 계획적 관리구역 지정으로 채울 수 없는 도시조직의 거대한 짜임을 공동체에 기반한 사용자들의 일상적 활동범위와 생활단위에서부터 채워간다는 접근이다. 점조직 같은 개별 주체 간 결합이 연쇄적 흐름을 통해 도시의 저변을 재구성하고 탄탄히 조직하는 도시재생의 방식이다.

지역재생 활동가와 주민모임,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주체가 행정가와 민간전문가의 사업적, 금융적 지원을 통해 지역재생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며 몰개성한 도시가 아니라 수평적, 개방적 생활공간으로서 저층주거지 재생을 통해 도시와 지역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사회조직을 그 중심에 두는 ‘최초의’ 시도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딛고 새롭게 출발하는 이 소중한 사회적 변화를 통해 우리들의 실천적 일상과 개개의 공간이 곧 매력적인 도시의 스토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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