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홍콩 주권반환 20주년 거리 행진… “시진핑, 홍콩인 목소리 들어야”
[헤럴드경제] “우리는 홍콩 독립이 아니라 민주화와 자결을지지하지만, 중국 당국이 국민의 애국심을 부추기려고 홍콩 내 독립 움직임을 과대 포장해 공격하고 있습니다.”

홍콩 주권반환 20주년인 1일 홍콩섬에서 만난 최연소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 네이선 로(羅冠聰·24)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주석은 홍콩 주민 대부분이 직선제 등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소수의 독립 주장으로 둔갑시켜 민주화 세력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 주석과 같은 당 조슈아 웡(黃之鋒·21) 비서장 등은 이날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 등 범민주파 시민단체와 함께 민주화 촉구를 위한 ‘7·1 대행진’(七一大遊行)에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경찰이 팸플릿 배포를 막고 총을 꺼내려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홍콩에서는 1997년 이후 매년 주권반환일인 7월 1일 많게는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요구 거리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2004년 이후 매년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 빅토리아공원 축구경기장에서 사전집회가 열렸지만, 올해는 친중단체 홍콩각계경전(慶典)위원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주권반환 20주년 기념 과학 엑스포 행사장을 선점해 인근 잔디밭에서 사전집회가열렸다.

집회에는 2015년 중국 당국에 강제 구금됐던 홍콩 출판업자 람윙키(林榮基)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서점 점장이 참가해 간암 말기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석방 등을 요구했다.

아우녹힌(區諾軒) 민진 소집인(위원장)은 중국 당국이 고도의 자치가 보장된 홍콩에 대한 간섭을 강화하고 있어 홍콩인의 절망감이 깊어지고 있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보장한 중·영 성명 준수를 촉구했다.

인근 과학 엑스포 행사장에서는 관람객들이 중국의 7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 귀환모듈의 실물 크기 모형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해 집회와 대조를 이뤘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들고 집회에 참가한 라이(賴)모씨는 엑스포 행사장에 들어갔다가 사복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라이씨는 “중국이 영·중 성명을 위반했기 때문에 홍콩을 다시 영국에 반환해야한다”며 “올해 홍콩 반환 20주년이 아니라 영국의 뉴테리토리(新界) 조차 119주년을기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국양제 거짓말 20년, 민주자치 홍콩 탈환’을 주제로 한 행진은 오후 3시 30분께(현지시각) 시작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흘간 홍콩 방문 일정을 마치고 떠난 지 약 2시간 만이다.

행진 참가자 수만 명은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도심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애드미럴티(金鐘) 정부청사까지 3㎞ 거리를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류샤오보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류샤오보와 2015년 7월 9일 중국 당국이 인권활동가들을 대거 연행한 ‘709 단속’ 피해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클라우디아 모(毛孟靜) 입법회의원 등은 집회장 인근 인도에서 영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을 광동화(廣東話)로 번안한 ‘우산혁명’ 주제가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나요(試問誰還未覺醒)’를 부른 뒤 시 주석이 홍콩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의 앨버트 호(何俊仁) 주석은 “시 주석이 1980년대 홍콩을 방문했을 때는 최근처럼 많은 대형 바리케이드로 주민과 격리되지 않았다”며 시 주석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말고 진실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로에 부스를 설치한 친독립파 본토민주전선(本土民主前線)의 레이 웡(黃台仰) 공동설립자는 “20년 전 영국 식민지에서 중국 식민지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힘을키워 홍콩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인권 단체인 탈북자관주조(脫北者關注組)도 부스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전단을 배포했다.

오언 라우(劉冠亨) 탈북자관주조 설립자는 “시 주석은 탈북자의 송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친중국 단체 회원 수십 명이 인도에서 행진을 벌이다가 범민주파 활동가와승강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onlinenew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