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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강독묵 외 지음나름북스
석면은 6, 70년대 근대화 시기 ‘기적의 물질’로 불렸다. 당시 석면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가루가 풀풀 날려 시야가 뿌연 상황에서도 밥을 먹고 기계를 닦았다. 누구도 그때는 석면이 죽음의 먼지인줄 몰랐다.

석면이 치명적인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10여년전 피해자 가족인 안병규 씨가 석면방직업체인 제일화학을 상대로 악성중피종으로 숨진 부인 원점순 씨의 손해배상청구를 내 승소하면서다. 


2009년 석면 생산금지까지 이끌어낸 이 사례는 공장 주변 주민들을 수소문하고 그들 대부분이 폐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전문가의 도움이 컸다.

직업성 질환, 산업 재해 발생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직업환경의사들이 쓴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나름북스)는 산업재해, 노동권을 뒤흔든 일곱개의 장면이 들어있다. 진폐증을 앓는 광부들의 실상을 밝혀내기 위해 숨막히는 좁은 갱도를 따라 들어가고, 열사병에 쓰러진 조선소 청년이 겪은 한여름의 강철구조물 위의 지옥도를 경험하는가하면, 기관사의 근무여건과 공황장애의 상관관계, 조리급식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이유를 밝혀 산재신청을 받게 한 것은 이들의 철저하고 끈질긴 추적의 결과다.

책에는 70년대의 산업체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현재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실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병든 노동자를 산업폐기물로 취급하는 사업장, 작업장 내 유해물질 뿐 아니라 ‘골병’을 유발하는 노동강도, 스트레스와 자살로 이어지는 심리적 질환사례도 들어있다. 한국의 직업환경에 대한 리얼 다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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