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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의 시간, 소설가 김애란의 응시법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김애란 소설의 특징은 무거운 주제, 심각한 상황을 가볍게 타고 넘는데 있다. 상황을 비껴가지 않으면서 보란듯 여유롭게 통과해낸다. 이는 그가 분노 대신 유머라는 전략을 택한 결과다. 슬쩍 비틀어 주는 위트에 우리는 상황파악 못하는 관객처럼 웃고 마는데 이는 오히려 사태를 달리 보게 하는 한 뼘 거리를 제공한다.

5년 만에 나온 신작 소설집 ‘바깥은 여름’(문학동네)은 그런 그 특유의 위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소설에는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주로 등장한다. 이들의 하루하루는 금세라도 무너질듯 위태롭다. 차마 웃음기 한 조각 얹기도 아슬아슬할 정도다. 소설집의 제목은 ’바깥은 여름‘이다. 흔히 수록작 중 하나를 표제작으로 삼지만 소설을 관통하는 제목을 달았다. 바깥은 여름인데 어느 시점에 박힌 사람들, 시차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첫 작품 ’입동‘의 부부가 그렇다. 전셋집을 떠돌다 대출을 반이나 끼고 아파트를 산 부부는 내 집이란 사실을 확인하듯 셀프 인테리어로 집 여기저기를 보기좋게 꾸민다. 빚을 잔뜩 낀 집은 어쩐지 내집 같지 않지만 모처럼 가족은 행복한 때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후진하던 유치원차에 치여 52개월된 아들을 잃고 만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시간. 다시는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아이의 죽음 앞에서 이웃들의 시선은 차츰 차갑게 변해간다. 문밖 출입을 아예 끊은 아내가 어느 날 부엌의 얼룩진 벽을 새로 바르자는 말을 하자 나는 좀 안심이 된다. 부부는 도배지를 마주 잡고 붙여나가다가 한 모퉁이에서 아이의 글씨를 발견한다. 글씨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쓰다 만 제 이름에 부부는 오열한다. 세월호의 그해 겨울, ’창작과비평‘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가는 예기치 못한 죽음과 이별 앞에서 막막한 이들의 안을 들여다 본다. 트럭 전복으로 숨진 아버지와 강아지의 죽음을 잇따라 경험한 소년(’노찬성과 에반‘), 한 시절을 함께 한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 여인(’건너편‘) 등을 통해 손을 내민다는 것, 이해, 용서란 말의 새삼스런 의미를 묻는다. 세월호의 시간을 응시한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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