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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앉아서 떼돈’ 밴업체, 상황이 달라졌다
리베이트 근절·수수료 합리화
올 1분기 매출 정체·이익 감소
환경 악화에도 이익률 10%대
카드업계, 연구개발 소홀 지적


손쉽게 떼돈을 벌던 밴(VAN)사들이 최근 울상이다. 리베이트 근절과 수수료 합리와 등으로 가만 앉아 있어도 돈이 벌리던 영업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10% 중반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큰돈을 챙기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밴사들의 1분기 매출액은 총 262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719억원)보다 3.6%(99억원)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 업계 1위 한국정보통신 매출은 770억원에서 858억원으로 늘었지만, 2위 나이스정보통신은 695억원에서 540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한국정보통신이 108억원에서 102억원으로, 나이스정보통신이 108억원에서 87억원으로 각각 뒷걸음질했다.


밴사들은 카드사를 대신해 가맹점을 모집해 단말기를 깔아주고 결제 승인 중계, 전표 매입 등의 업무를 대행해서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카드 이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가만히 앉아서도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다.

실제 한국정보통신의 2014∼2016년 영업이익률이 매출액의 10%를 훌쩍 넘을 정도로 ‘떼돈’을 벌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NO CVM) 제도 시행에 이어 올해부터는 수수료 구조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존 정액제 방식에서는 소비자가 얼마를 결제하든 밴사는 건당 80∼120원의 밴 수수료를 가져갔다. 하지만 정률제 하에서는 결제금액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달라진다. 예컨대 밴 수수료가 결제금액의 1%라면, 소비자가 1000원을 카드로 긁었을 때 밴사 수입은 10원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밴사가 부담하는 건당 통신비용이 그대로인 만큼 결제 소액화 추세가 뚜렷해질수록 밴사 수익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기존의 단순한 영업 방식으로는 높은 수익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 결제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 카드 승인건수가 20% 가량 증가했지만 카드사에서 밴사로 들어오는 수입은 4% 가까이 줄었다”면서 “NO CVM 시행으로 전표 수거료도 25% 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그동안 밴사들이 리베이트 관행 근절에 소홀하거나 연구ㆍ개발, 신규사업 모색에 미진했던 점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7월 밴사의 대형가맹점 리베이트 금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밴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영업이 암암리에 이뤄져왔다. 작년 11월엔 7개 밴사, 13개 대형가맹점이 168억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아온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밴사가 리베이트 비용을 아끼거나 밴 시스템 개발에 제대로 투입하기만 하더라도 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고 본다. 수입이 증가해도 매출 대비 연구ㆍ개발비 비중은 하락하는 밴사들이 적지 않기 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비용 등으로 나가는 눈먼 돈을 차단해도 밴 수수료를 줄여 소비자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업계 자성을 촉구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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