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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표]가뭄 뒤 장마 같은 변덕
“도마뱀아, 도마뱀아.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하라. 비가 쏟아지면, 너를 놓아주마.”

이는 송나라때 가뭄이 들자 한 승려가 도마뱀 몇 마리를 단지에 가둔 뒤 아이들을 모아 합창토록 한 도마뱀 노래 가사이다. 여기서 도마뱀은 비바람을 일으키는 용(龍)을 상징한다.

15세기 문신 서거정도 ‘들판엔 초목이 말라 민둥한데, 도마뱀도 신통찮아 의지할 수 없네’라는 시를 썼다.


‘옛집 추녀에 이끼 마저 말라버렸네. 흥-흥-흥겹다. 설움에 겨워 흥겹다.’ 이 속요 속 농민은 가뭄 앞에서 정신이 혼미한 듯 하다.

먹고살게 하는 일, 농사는 생존의 문제이기에 가뭄 극복 의지를 담은 기우제는 수천년전부터 구한말까지 국가대사였다. 서울만 해도 남산, 한강, 사직단, 종묘 등지에서 이틀 간격으로 12차례나 지냈다. 기우제에선 다섯 방향에 용 조형물을 세우고 이를 두드리며 비 오게 해달라는 등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2017년. 극심한 가뭄끝에 최근 비가 오자 온국민이 환호하는데 씁쓸하기도 하다. 아직도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이라니, 현대 응용과학의 강국 대한민국 맞나 싶다.

수십년 누적된 여러 이유로 지난 8년간 장마철 이전 강수량이 최근 100년 평균의 60%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해수 담수화 시설과 댐 증설, 저수시설 준설을 통한 용량 확대, 농경지 용수로 확대 설치, 저수지 증발 방지용 부유물 띄우기 등 대책은 늘 가뭄때 나왔다가 장마가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쑥 들어간다.

빗물 저장-공급 시설 등 가뭄 상습지역 해갈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10조원 가량 든다는 전문가 진단이 있었다. “백해무익”, “강행의혹” 지적을 받는 4대강사업에 22조원이나 들었는데, 나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이것 하나 못하냐는 지적도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가뭄 뒤 장마 처럼 변덕스럽지 않길 기대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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