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反中 감정 커지는 홍콩 청년들…“나는 중국인 아닌 홍콩인”
-“나는 중국인” 홍콩 청년 31%→3.1%
-민주화 약화·소득 불평등·주택 가격 상승 불만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홍콩의 학생운동가 차우호오이(20)씨는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에 태어났다.

11살이던 2008년, TV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시청한 그는 중국의 선수들이 48개의 금메달을 휩쓰는 것을 보고 경외감과 흥분을 느꼈다.

차우씨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고하면서 “중국이 위대하다고 느꼈다. 만약 그 때 나에게 중국인이냐고 물었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EPA]

그러나 9년이 흐른 지금, 그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2014년 ‘우산 혁명’ 때 체포된 차우씨는 “지금은 내가 중국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그것은 매우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100번을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환 후 홍콩’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의 ‘반중(反中)’ 감정이 커지고 있다.

홍콩대가 오는 7월1일 홍콩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홍콩의 18~2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비율은 올해 상반기 3.1%에 불과했다. 20년 전 같은 응답을 한 31%의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차우씨를 비롯해 1997년 출생한 홍콩 청년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10명 모두가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 규정했으며, 그들의 충성심은 중국이 아닌 홍콩을 향해 있었다고 전했다.

홍콩 청년들은 중국이 그림자 정부 역할을 하며 홍콩인들의 자유를 위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반환 이후 홍콩의 민주화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당초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홍콩 통치 원칙으로 내세웠다. 홍콩의 주권을 중국으로 반환하되 2047년까지 이 원칙에 따라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과 ‘고도의 자치’를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특히 2013년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홍콩 시민들은 2014년 9월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우산 혁명’, 지난해 3월 ‘어묵 혁명’을 일으키며 반중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물러서지 않았고, 홍콩 내에서는 친독립파가 부상했다.

중국인이 홍콩에 대거 유입되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는 불만도 반중 감정을 부추겼다.

홍콩의 소득 분배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539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넘어섰다. 이는 반환 전인 1996년 0.477보다 늘어난 수치로, 지니계수 집계 이래 최고치다.

홍콩이 완전 고용의 상태에 있다고 하지만 20~24세 청년층의 실질임금은 지난 2004년 대비 3.4%밖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전했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만1900홍콩달러(약 173만원)이다. 실질적인 대졸 초임은 1993년보다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하면서 홍콩 청년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18.6㎡(약 5.6평)의 소형 주택 월세도 최소 1만홍콩달러(약 146만원)에 달해 청년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데모그라피아의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홍콩 시민이 집을 사려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8년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조사 당시 11년 6개월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이가운데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59)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당선인은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나는 중국인’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키워야 한다”며 중국사를 중학교 필수과목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같은 애국심 강요가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시민 펠릭스 우(20)씨는 “중국은 50년간 정치적으로 어떤 것도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다시 그들의 말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