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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쏟아지는 서비스요금 인하 정책…또 도진 새정부의 고질병
- 통신료, 보험료, 카드수수료 등 강제 인하 부작용 만만치 않아
- 기업 이익 침해→소비자 편익 감소 풍선효과만 낳아
- 정부ㆍ기업ㆍ소비자 모두 불만족
- “가격은 소비자 선택으로 시장에서 형성돼야”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서비스 요금 인하 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통신료와 실손보험료, 영세사업자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이 속속 공개되면서 기업의 이익을 볼모로 한 ‘서비스 가격 때려잡기’의 고질병이 또 다시 도진 모양새다.

설익은 선거 공약에서 출발한 무분별한 서비스 요금 인하 압력은 결과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서비스 요금 인하 방안이 발표될 때마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차악(次惡)의 선택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통통신 기본료 폐지에서 출발한 통신료 인하 방안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2일 선택약정할인율의 상향 조정이라는 ‘변종 정책’으로 발표되면서 이동통신사는 물론 소비자들 또한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들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소비자들은 기본료 폐지 공약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을 선택해 휴대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약정 할인율의 상향 조정이 의미 없다는 점에서 반쪽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를 두고 정부가 통신료 인하를 서두르다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차산업혁명 시기를 앞두고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오히려 감소시켜 장기적으로는 질좋은 서비스를 누려야할 소비자의 편익을 갉아먹게 될 것이란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내세운 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를 무리하게 실행하고, 결국에는 갈등만 유발한 채 실패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카드수수료 인하, 반값 등록금, 통신료 인하 등은 모두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낮추는 정책들”이라며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시장은 제품의 공급을 줄이거나, 공급의 질을 저하시키는 쪽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이 낮아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값 등록금과 알뜰주유소를 통한 기름값 인하 방안 등은 이미 강제적인 서비스 요금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약한 반값 등록금에 대해 지난해 정부는 장학금 현황 분석을 통해 학생 1인당 장학금 지급액이 평균 등록금의 절반에 육박해 반값 등록금이 실현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대학생들과 일반 국민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한 대학등록금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엉터리 분석이란 반응을 보였다. 대학들 또한 연구개발 여력이 줄어 우수한 교원과 연구시스템의 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추진된 알뜰주유소 정책 또한 뚜렷한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줄이며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결과만 낳았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를 전제로 한 보험사의 반사이익을 실손보험료 인하로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안에 대해서도 결국 기존 가입자들의 ‘의료 쇼핑’ 억제 효과는 낳지 못하면서 신규 가입자와의 형평성 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결국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오히려 시장 실패를 낳고, 이는 곧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오 교수는 “정치인들은 일반 서민들은 가격이 싼 제품을 좋아한다는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결국 가격을 낮추면 전체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하향평준화만 가져오게 된다”라며 “가격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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