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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동혁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요…더 완벽한 연주 하고싶죠“
경기도문화의전당서 25일 리사이틀
“점점 소심해진다…연주자로 성공하고파”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요 (하하)”

임동혁(33)은 21일 열린 간담회에서 ‘나이 들었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여전히 앳된 얼굴엔 세계적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던 소년의 모습이 겹쳐보이는데, 벌써 ‘젊은 거장(비르투오소)’으로 거론되는 나이다.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부담스럽다 했지만 대답은 유연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돌아왔다. 이번엔 그의 연주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리사이틀이다. 오는 25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1월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했으니 1년 반만이다. 프로그램은 쇼팽이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그가 또 다시 쇼팽을 고른 이유에 대해 “쇼팽이 편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관객들에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주옥같은 곡들로 구성했으니 편안히 즐기고 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오는 25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프로그램은 쇼팽이다. [사진제공=경기도문화의전당]

임동혁의 쇼팽은 서정적이고 섬세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연주자라고 하지만 매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는 힘들어요. 예를들어, ‘올해 브람스를 잘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용기와 노동이 들어가는 일이죠. 힘겹게 도전 한 것을 여러사람에게 보여주고 또 새로운 도전을 하기 전까진 숨고르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내년 시즌은 당연히 쇼팽이 아닙니다. 슈베르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쇼팽과 슈베르트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일견 ‘서정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듯 하다. 하지만 그는 “쇼팽과 슈베르트를 ’서정적‘이라는 범주로 말하는 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라며 “그보다는 ‘노래하는 것이 중요한 연주’라고 하고 싶어요. 제 목표도 무대위에서 노래하듯 연주하는 것입니다”

이번 무대는 독일 현지에서 직접 고른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새 피아노, 스타인웨이 D-274와 함께한다. “홀이 피아노에 특화된 홀은 아니다보니, 답답하게 느낄 수 있어서 최대한 다이나믹한 피아노를 고르려 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최근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잇단 낭보를 접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선우예권의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등 임동혁과 비슷한 또래의 동시대 아티스트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는 “모두 다 같이 잘 되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예전부터 말했는데, 한국 연주자들이 정말 피아노를 잘쳐요. 최근 잘 치는게 아니라, 꾸준히 잘 쳐왔죠. 기교적인건 단연 최고고 음악적 해석도 훌륭합니다. 이제야 도드라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임동혁이 첫 음반을 낸건 지난 2000년이다. 국제콩쿠르는 그보다 앞선다.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 형 임동민과 나란히1, 2위를 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수상거부), 2005년 쇼팽 콩쿠르 3위(형 임동민과 공동 3위, 한국인 최초 입상), 2007년 차이코프스키콩쿠르 4위 등으로 세계 3대 피아노콩쿠르에서 모두 입상한 임동혁은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신동’이 ‘젊은 거장’으로 자리 잡아가기까지, 그 성장 과정이 본인에겐 쉽지 않았을 것이다. 때론 염색과 탈색을 거듭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고, 때론 친구들과 어울려 외로움을 이기려고도 했다. 지독한 슬럼프에 거의 피아노를 치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 겉으로는 ‘반항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주자’로 비춰졌다. 그의 말대로 ‘이제 나이가 들었다’지만 이런 ‘꼬리표’는 여전히 버겁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가 죽고 더 내성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정말 반항적이고, 잘난 척하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신비주의는 아니고요.”

“제가 그나마 손으로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피아노밖에 없어요. 글씨도 악필이고, 그림도 잘 못 그려요. 다른 쪽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요. 그저 클래식 연주자로서 더 많이 연주하고 성공하고 바빠지는 것, 나이가 들수록 더 완벽한 연주를 해 내는 것, 그게 제가 이루고 싶은 일입니다.”

그의 앞에는 ‘거장(Maesto)’으로 가는 여정이 남았다. ‘젊은’이라는 수식어를 떼기까지 그 자신도, 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도 지난한 시간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가 “성공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는 거다. ‘성공’의 의미에 지나친 방점을 찍지 않는다면 팬들 입장에선 반가운 말이다. “무대에 서고 싶고, 도전하고 싶고, 큰 무대에서 정말 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치고 싶다”는 그의 말은 몇 년 뒤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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