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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으로만’풀어낸 뮤지컬 ‘컨택트’
1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도시에 사는 바쁜 현대인들은 타인과 접촉할 시간이 없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유명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은 댄스시어터 ‘컨택트(Contact·사진)’를 만든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했다. 제목처럼 누군가와 컨택트(접촉)할 수 없는 사람들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다루는 뮤지컬. 그런데 러닝타임 140분간 단 한 번도 노래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데 뮤지컬이라고?’

1999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 이듬해 3월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에서 초연된 ‘컨택트’는 당시 ‘뮤지컬’ 장르에 분류에 관한 뜨거운 논쟁거리를 만들어낸 채, 그 해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뮤지컬인 듯 뮤지컬 같지 않지만, 어쨌든 뮤지컬 부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 국내에서는 2010년 트라이아웃 형태로 첫 선을 보인 뒤, 7년 뒤인 올해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렸다.


약 20년 전 탄생한 작품인데 여전히 ‘뮤지컬’이라 부르기 망설여지는 이유는 이미 전형적인 뮤지컬 공식에 길들여진 탓일까. 오케스트라의 유려한 연주나 주인공의 결의 가득한 솔로 넘버, 모든 배우들이 무대로 뛰어나와 선보이는 웅장한 합창은 ‘컨택트’에 없다. 오직 ‘춤’이라는 한 가지 요소에만 집중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

‘춤’에 가장 집중했기에 출연진 역시 ‘춤꾼’으로 구성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 김주원과 연예계 대표 춤꾼 김규리를 비롯해 용기, 최예원, 한선천, 강동주, 손병현 등 춤 실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21명이 모였다. 이들은 재즈, 현대 무용, 발레, 자이브, 스윙 등 다양한 장르의 춤으로 관객들을 극 안으로 끌어당긴다.

노래가 아닌 춤으로 풀어냈을 뿐 ‘컨택트’는 토니어워즈 극본상 후보로 올랐을 만큼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한다. ‘만남과 소통’이라는 공통 주제 아래 구성된 세 에피소드가 극에 흐름과 잘 맞아떨어지는 음악, 아름다운 몸짓과 만나 관객들과의 접촉을 시도한다. 몇 마디 뱉어지는 대사와 나머지 99%를 채우는 댄서들의 움직임만으로 극 중 모든 상황과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 같은 공연의 방식이 낯선 관객에게는 관극 자체가 즐거운 체험이 된다.

7년 전 ‘노란 드레스’ 역으로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데다 원작자 수잔에게 극찬을 받은 김주원은 이번에 한층 더 완성된 캐릭터를 선보였다. 노란 드레스가 재즈 바에 등장할 때마다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는 것처럼, 김주원이 무대 위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극장 전체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는 듯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여기에 유려한 춤을 추지는 않지만 3부의 즐거움을 드높여준 배수빈의 호연에도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주인공의 독백이나 독창, 주요 배역들의 듀엣곡, 다함께 부를 ‘떼창곡’이 없으면 어떤가. ‘컨택트’는 독무와 2인무, 떼춤으로 ‘뮤지컬’에 있어야 할 모든 요소들을 표현한다. 오는 1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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