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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짜건물 잇따라 매입…‘빌딩 큰손’ 부영
외환銀 본점 매입…2년새 2조
대규모 임차 더뎌 공실 많아
차입금, 단기 줄고 장기 늘어


부영그룹이 국내 대형빌딩계의 ‘가장 큰 손’이 됐다. 하지만 인수한 대형빌딩들이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단기 대규모 투자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서울 을지로의 KEB하나은행 본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다. 부영이 써낸 입찰 금액은 9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부영은 지난해 1월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에 이어 같은해 9월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도 사들였다. 올해는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사옥도 매입했다. 굵직한 빌딩을 사들이는데 쓴 돈만 2조원 가량이 된다. 빌딩 투자 전문회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부영 측은 잇딴 빌딩 매입을 좋은 투자 기회에 따른 우연의 연속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빌딩 매물이 연달아 시장에 나왔고 부영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이를 싸게 구입했다는 것이다. 특별히 빌딩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매물을 훑고 다닌게 아니라고 부영 관계자는 강조했다.

부영의 지난해 연결재무상태표 기준 유동자산은 5조1372억원에 달한다. 태평로사옥을 매입하면서 삼성생명으로부터 3.14%의 이율로 3450억원을 장기차입하는 등 장기차입금은 늘리고 단기차입금은 1조2800억원에서 7598억원으로 낮춰 자금운용 효율성을 높였다.

문제는 높은 공실률이다. 현재 태평로사옥과 을지로사옥의 절반 가량은 비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일거에 사무실을 비우면서 그만한 대규모 임차인을 구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부영 관계자는 “최근 태평로사옥 6개 층에 임차인을 유치하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공실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영의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과 부정이 섞여 있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주력인 주택사업부터 리조트ㆍ호텔 그리고 빌딩 임대까지 모두 경기에 민감한 사업이란 점에서 위험성이 커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부영은 지난 2011년 무주 덕유산 리조트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외형 확장을 시작해 제주 부영호텔, 태백 오투리조트 등을 사들였다. 현재 서울 소공동에는 호텔을 짓고 있다. 국내 골프장 4곳을 비롯해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도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까지 새로 설립하거나 지분을 취득해 계열사로 편입한 국내외 회사가 7개에 달한다.

새 영역에 도전한 사업장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부담이다. 오투리조트는 지난해 2200억원, 무주 덕유리조트는 3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골프 사업장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투리조트의 경우 인수 전부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사업장이란 점에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한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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