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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로 가두는 병 ‘치매’…혈압·당뇨 관리만 잘해도…
65세이상 노인 10명중 1명 치매
文정부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 관심 집중
건망증과 혼동…조기진단·투약치료 필수
심혈관질환 꾸준한 관리로 예방 가능


지난달 12일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6년간 치매를 앓아 온 노모를 모시고 살아온 아들이 연탄불을 피워 놓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었다. 이 모자(母子)는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 왔으며, 최근 들어 노모는 아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치매 증상이 심각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1호’로 ‘치매 국가책임제’가 추진되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노망났다”며 멸시의 대상이 됐던 치매는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증상인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면서 치매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질병의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 수는 9.8%(64만8000여 명ㆍ2015년 기준)로 추정된다. 노인 10명 중 1명이 환자인 셈이다. 급격한 노령화 속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13.1%에서 2060년에는 40.1%로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치매 환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사람을 과거에 가두는 병’이라고 불리는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아 조기 진단과 함께 젊었을 때부터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치매 환자는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유지시켜야 한다. 사진은 대한치매학회가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2012년부터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일상예찬 소풍’ 프로그램. [사진제공=대한치매학회]

▶치매, 건망증과 달라…엉뚱한 단어 사용해 대화=치매는 전반적인 뇌 기능의 손상을 일으키는 모든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서서히 쇠퇴해 뇌 조직이 소실되고 뇌가 위축되면서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혈관성 치매(16.8%ㆍ2015년 기준)는 뇌에서 혈액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서서히 신경세포가 죽거나, 갑자기 발생하는 뇌경색, 뇌출혈로 인해 뇌세포가 죽어서 생기는 치매다.

치매와 흔히 혼동되는 질환이 바로 건망증이다. 건망증과 치매는 기억력 저하 등 서로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확연히 다른 질환이다. 김경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이 지나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비교적 흔하지만, 치매를 앓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 용어로 건망증은 단기 기억장애, 뇌의 일시적 검색ㆍ회상 능력에 장애가 생긴 것으로 치유가 가능하다”며 “반면 치매는 인지기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로, 이로 인해 일상생활 전반과 직업 기능 등 다른 기능에도 심한 손상을 가져온 상태”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대화 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건망증으로, 엉뚱한 단어를 사용해 문장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면 치매로 간주된다.

치매는 환자 뿐만 아니라 보호자인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도 심각한 경제적ㆍ심리적ㆍ신체적 부담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대한치매학회(이하 학회)가 2012년 실시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보호자 중 78%가 치매 환자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 간병 시간은 환자의 치매 정도에 따라 평균적으로 ▷경도 치매는 4시간 ▷중등도 치매는 8시간 ▷중증 치매 7시간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치매 정도가 심해질 때마다 보호자 부담이 커지고, ‘질병 빈곤층’도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혈관성 치매,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막는 것이 예방법=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치매 증상을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현재로서는 치매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증상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비만 등은 대부분 만성질환으로 꾸준한 건강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조기 진단도 치매의 증상의 관리와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초기에 치매를 진단하고 투약 치료를 시작하면서 일상생활을 관리하면 치매와 연관된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심용수 학회 교육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 수행 능력(ADLㆍActivities of Daily Living)을 유지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란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능력으로 식사, 목욕, 이동 같은 기본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전화, 쇼핑, 가사, 여가활동 등 도구적 일상생활 수행 능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치료를 위해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심 이사는 “치매는 조기 진단을 통해 꾸준한 치료와 보호로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치매 치료를 위해서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치매를 감추지 말고, 꾸준히 치료받아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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