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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킴 “가장 힘든건 내가 심심풀이로 그림한다는 시선”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 인터뷰
“컬렉터ㆍ사업가ㆍ작가 나에겐 같은 맥락”

[헤럴드경제(천안)=이한빛 기자] 작가 씨킴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그의 다른 이름은 아라리오 회장 김창일. 천안종합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을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뿐만이랴, 2002년 이후엔 세계 100대 혹은 200대 컬렉터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미술계 큰손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아트넷에서 선정한 100대 컬렉터에 선정됐다. 그리고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작가다. 1999년 작업을 시작한 이후 2년마다 개인전을 열고있다. 지난 23일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충남 천안시 갤러리 아라리오 천안에서 여는 ‘논-논다놀아’가 9번째 개인전이다. 

씨킴(본명 김창일) 작가가 앞으로 작업의 단초를 보여주는 캔버스를 뚫은 작업 앞에 섰다. [사진제공=갤러리아라리오천안]

작가이자 컬렉터, 그리고 사업가인 씨킴을 헤럴드경제가 12일 만났다.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아라리오 천안에서다. 작업실이 있는 제주와 개인전이 열리는 천안 그리고 곧 확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갤러리 아라리오 상하이를 챙기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에 앞서 호칭을 물었다. ‘회장’이 편한지 ‘작가’가 편한지. 그는 가능하면 자신을 ‘작가’로 불러달라고 했다. 자신의 정체성이 나뉘는 게 어색하지만, 사업이든 컬렉터든 작가든 사실 자신이 하는 모든일이 ‘현대미술 작가’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래는 일문 일답. 

씨킴 작가 9번째 개인전 `논-논다놀아` 설치전경. [사진제공=갤러리아라리오천안]

▶ 9번째 개인전이다. 제목이 ‘논-논다놀아’인데.

-1999년 작업을 시작하고 2001년 부터 매 2년마다 전시를 했으니 벌써 그렇게 됐다. 이번 전시는 어리석을 논(㯎)을 썼다. 내 하소연 일 수 있고, 내가 어리석은 거냐고 묻고 싶었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계속 작업하고 개인전하고 하는게 어리석은 거냐고.

▶사업가, 컬렉터, 작가로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뜻인가.

-사실 나에게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1978년 터미널 사업을 시작했을때 적자 덩어리였다. 매점 4개를 리모델링하고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1979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내 생각을 실험했는데 그게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던거다. 그때의 희열은 엄청나다. 레스토랑 사업도 마찬가지다. 현대미술에서 이런 행위들,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보고, 그에대한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이런 프로젝트를 뭐라고 할까. 바로 ‘작품’이다. 나에겐 경영도, 그림도, 컬렉션도 다 같은 맥락이다.

씨킴 작가 9번째 개인전 `논-논다놀아` 설치전경. [사진제공=갤러리아라리오천안]

▶미술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독학 작가다.

-그렇다. 그런데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예술 못하는건 아니다. 현대예술은 이미 학교에 갇혀있지 않다. 전쟁이후 60, 70년대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 예술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간단한 드로잉으로 집안을 꾸미기도 하고, 심지어 가구도 직접 만든다. 외국처럼 일상에 예술이 들어오기 시작한거다. 이젠 세상이 바뀌어서 자신의 분야에서 하던일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 분야에서 독특한 예술 재능을 가진 사람, 우리는 아직 인식못하고 있지만 자연발생적으로 그런 사람이 나올 때가 됐다. 아라리오가 찾는 작가도 그런 아이덴티티가 강한 사람이다.

▶자신도 그런 작가인가.

-가장 힘든건 내가 심심풀이로 혹은 폼 잡으려고 그림한다는 시선이다. 나에게 예술은 목적 자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어릴적 무지개를 보며 느꼈던 전율과 희열, 다른말로 하면 영혼이나 꿈 같은걸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나는 사업적 재능이 있어 사업가지만 이같은 희열을 내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나에게 예술과 사업은 궤를 함께한다. 1978년 사업 시작하고 같은해에 첫 컬렉션을 했다. 작품을 만났을 때 느꼈던 전율, 그 감동을 전달하고 싶어 미술관도 하고 있다. 작업도 마찬가지다.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 않는다.

▶고민이 많다는 뜻인가.

-솔직히 말하면 작업은 힘들다. 정신적으로 정말 괴롭고, 육체적으로까지 힘들다. 내가 생각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 나오지 않으니 무척이나 힘들다. 목표는 있는데 내 능력은 미숙하고 부족하다. 그에 대한 고통이 심하다. 최근엔 캔버스를 뚫는 작업을 하고있다. 작품에 대한 답답함에 짓눌려 있었는데 이걸 뚫어버리니 시원해졌다. 건축 내부를 보는 듯한 구조적 느낌도 들고. 당분간은 이 작업을 할 듯하다. 예전엔 내 작업 보고 사람들이 ‘카피’ 아니냐고 해서 힘들었는데 요즘엔 그렇지는 않다. 어느날 내 주변의 모든 이야기거리가 내가 보는 형태, 느끼는 사물 이런것들이 모두 내 것이구나 하는것을 깨닿고 나서는 편해졌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주의 풍경을 담았다. Ci Kim_Untitled, 2007, c-print, 170x400cm [사진제공=갤러리아라리오천안]

▶요즘 눈여겨보는 작가가 있나.

-컬렉션은 꾸준히 하고 있다. 특정 작가 이름을 언급하는 것보다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피카소 작품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은 단연 초기작들이다.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는 그 들머리에 작품이기에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유수 잡지에서 선정하는 100대 컬렉터에 아시아인 최초로 이름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컬렉션 규모도 있지만 미리 앞서서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컬렉션 했으니까. 새로운 작가로 컬렉션이 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세계 미술계에선 이른바 ‘베를린 열풍’이 거세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금사자상을 휩쓸어서 더 조명되고 있는데, 베를린 열풍은 실재로 존재하는 현상이다. 예전에 yba 등 영국미술 그 뒤 아프리카 미술이 집중 부각 됐던 것처럼. 독일 미술은 무척이나 순수하고 진지하다. 미국 미술의 팝적이고 쾌락적인 스타일과 비교된다. 당분간 관심 있게 지켜볼 생각이다.

▶아라리오 상하이 등 해외 브렌치 운영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하나.

-사실 나는 유행을 따라가 본 적이 없다. 사업도 100명 중 99명이 말렸다. 1989년에 여기 천안에 2만평 규모로 터미널, 쇼핑몰, 영화관 들여놓고 일종의 복합문화공간 했다. 그리고 예술작품도 함께 심었다. 당시에 반응이 어땠을 것 같나. 친구들이 모두 모여와‘너 그렇게 크게하다 망한다. 규모 줄여라’고 했다(하하). 아이러니한건, 그때의 결정이 지금의 아라리오를 만들었다는 거다. 중국은 긴 안목에서 보고 투자하고 있다.

▶상하이는 확장 오픈이라고 들었다.

-아라리오가 중국 진출한게 2005년 베이징이 처음이었다. 12년전인데, 그때 같이 진출한 한국 갤러리들 중에서 아라리오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부침이 없었던건 아니다. 상하이에 확장 오픈 하는 곳은 웨스트번드(West bund)인데 지역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차세대 문화 특구다. 또 상하이는 뉴욕에 이어 미술계 파워가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7월 1일부터 시작하는 개관전에는 아라리오 소속 한ㆍ중ㆍ일 작가 22명이 참여하는 ‘아시아의 목소리’전을 준비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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