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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리 정치권에 많은 시사점 던진 프랑스 선거 혁명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또 한번의 선거 혁명을 이끌어 냈다. 지난달 대선 돌풍에 이어 이번에는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와 민주운동당 연합이 11일(현지시각) 총선 1차 투표 결과 32.3%를 최종 득표했다. 18일 실시되는 결선 투표에서 이변이 없는 한 마크롱 신당은 하원 의석 577석 가운데 최대 445석(77%)을 석권할 게 확실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1968년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의 총선 승리(73%)를 뛰어 넘는 것이다. 이로써 마크롱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사회 개혁에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과 앙마르슈의 총선 압승은 프랑스 국민의 간절한 변화 열망을 표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무능하고 부패한 구 체제 정치에 대한 강력한 심판이기도 하다. 그동안 프랑스 정치 주도권은 이념 중심의 우파 공화당과 좌파 사회당이 서로 나눠 가졌다. 하지만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고, 국민들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잇단 테러로 안보 불안까지 겹쳐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쳤다. 많은 기회를 주었지만 기성 정치권은 이를 풀어내지 못했다. 그러니 더 이상 이들에게 국가 경영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걸 프랑스 국민들이 이번에 표로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기성 정당들은 사실상 궤멸된 것이나 다름없다. 의회 다수당을 차지했던 277석의 직전 집권당 사회당은 잘해야 30석 안팎의 소수정당으로 몰락할 처지다. 공화당 역시 크게 다를 게 없다. 100석 가량의 의석은 확보하겠지만 이전의 절반 수준이다. 그 자리를 창당 1년에 불과한 원내 의석 0석의 신생정당이 꿰차게 됐다. 프랑스 현대 정치사에 지금껏 이런 경우는 없었다.

프랑스 선거 혁명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변화 열망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의 냉혹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물 등용과 과감한 공공 및 노동 개혁으로 단번에 민심을 사로 잡았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에 함몰되지 않는 실용적 중도 정책 운용 역시 마크롱 정부의 커다란 강점이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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