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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다 야당 탓”…‘친문’ 누리꾼의 ‘미러링’ 이유는?
-“다 盧 때문” 유행어 현 야권에 되갚아준다는 심리
-전문가 “적대감ㆍ존재감 표현엔 효과적이지만 공감대엔 한계”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이번 달 월급 늦게 들어온다.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남자(여자)친구가 없는 것도 다 야당 탓이다.”

지난 29일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게 다 야당 때문’(이하 ‘야당 때문’)이라는 문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병원 입원이나 늦잠 등 사소한 일상에 대해서도 “다 야당 탓”이라며 희화화하는 한편, “‘야당 탓’은 놀이가 아니라 팩트”라며 진지하게 접근하기도 한다. 이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노무현 정권 말기의 유행어를 거울처럼 반사해 현 야권에 되갚아주는 일종의 ‘미러링’ 전략이다.

[사진설명=1일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이게’를 입력하자 연관 검색어 최상위권에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가 표출되고 있다.]

‘야당 때문’ 문구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9일이다. 한 누리꾼이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에 ‘이게 다 야당 때문, 자유한국당 때문으로 몰고 가자’는 취지의 댓글을 남긴 것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친문(친문재인)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에서 “야당 탓하는 거 재미있네”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각종 패러디물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30일 이후로는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이게’만 입력하면 검색어 자동완성 시스템에 의해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가 최상단에 나타날 정도다.

‘야당 때문’ 문구가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단순히 유희적 성격에 국한되지 않는다. 패러디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프레임을 선점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야당 때문’ 문구의 유래에 대해 “또 ‘문재인 때문이다’ 타령하기 전에 밈(memeㆍ인터넷상의 재미있는 이미지)을 선점하려고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로 대통령을 비난하던 참여정부 말기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지가 ‘미러링(거울로 비친 것처럼 그대로 따라 하기)’ 전술로 구체화한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던 2006년엔 월드컵 대표팀이 가나에 완패했다는 기사에도 “노 대통령 때문”이라는 댓글이 수십 개씩 붙었다.

[사진설명=한 누리꾼이 제작한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패러디 이미지.]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미러링 전술이 우리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모든 것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려는 정서적 편향성은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게 한다”면서 “집단 내부에서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적대감을 지닌 미러링 방식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부집단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로써 양극화된 구도 속에서 10년 전 갈등을 되풀이하는 것이 과연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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