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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사교육①]“학생은 학원가니까…” 노약자보다 수험생 먼저 진료해주는 강남 병원
-“학원 수업 바쁜 학생 편의 봐주자”
-사교육 열풍이 바꾼 동네병원 풍경
-학부모 “환영”…환자들도 “불만없다”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이비인후과. 비염 증세를 보인 고등학교 1학년 김모(17) 군은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향하기 전에 짬을 내 병원을 들렸다. 접수대에 들어서려는 순간 굵직한 글씨로 쓴 한 안내문이 보였다. 안내문에는 “고등학생과 재수생은 순서에 관계없이 미리 진료합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접수대에서 자신이 고등학생임을 밝히니 김 군은 5분도 채 기다리지 않고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병원 측이 입시준비 중인 학생들을 위해 배려해준 덕이었다.

김 군은 “병원에 가면 보통 진료시간보다 대기시간이 길어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렇게 학생들을 배려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식을 줄 모르는 사교육열이 일부 동네의 병원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강남의 몇몇 병원들이 학교생활과 학원 일정에 치여 바쁜 학생들의 진료 시간을 배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식을 줄 모르는 사교육열이 일부 동네의 병원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강남의 몇몇 병원들이 학교생활과 학원 일정에 치여 바쁜 학생들의 진료 시간을 배려하고 나선 것이다. ‘학생 우선 진료’를 내건 한 병원의 관계자는 “학원 수업때문에 바쁜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기위해 특별하게 시작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병원들은 강남 학원가 인근에서 더 찾아보기 쉽다. 대치동에 위치한 한 한의원도 약 두달 전부터 고등학생과 수험생들을 우선 진료하기 시작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위치한 곳이 학원 건물인데다 바로 옆에 고등학교가 있어 학생 환자들이 많다”며 “학생 환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이에 대해 다른 환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식을 줄 모르는 사교육열이 일부 동네의 병원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강남의 몇몇 병원들이 학교생활과 학원 일정에 치여 바쁜 학생들의 진료 시간을 배려하고 나선 것이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일제히 병원의 이러한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주부 한은숙(52) 씨는 “아이들이 병원을 들러야 하는 날엔 불가피하게 식사 시간을 이용하거나 학원 수업 시간을 빼야 했다”며 “대기 시간을 줄여준다면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들은 ‘학생 우선 진료’로 대기 시간이 약간 늘어났지만 대체로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황은진(23ㆍ여) 씨는 “나도 불과 몇년 전 학교와 학원 시간 사이에 억지로 시간을 내 병원을 간 기억이 있다”며 “내 대기시간에 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 우선 진료’를 이해하면서도 공부에 치인 학생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주부 이정선(57) 씨는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병원 갈 시간 조차 없어 시간을 쪼개고, 병원은 이를 또 배려해주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슬픈 단면을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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