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개인정보로 팔리는 대학 졸업앨범]“졸업앨범을 보고 전화 했는데요… 좋은사람 있는데 선 안보실래요?”
개인정보로 팔리는 대학 졸업앨범
결혼업체 ‘전화폭탄’에 불쾌

#1. 지난 2월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임모(25ㆍ여) 씨는 졸업 앨범을 배부받은 이후 결혼정보회사 3~4곳으로부터 회원가입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는 물론 주소, 학적사항 등 앨범에 기재된 기본 정보를 알아낸 결혼정보회사에서 연락이 왔던 것.

회원 가입할 마음이 없었던 임 씨는 귀찮은 것보다 개인 정보가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된다는 사실이 꺼림직했다. 임 씨는 “키가 얼마냐 묻는 것으로 보아 졸업 사진에 나온 얼굴을 보고 정보를 알아보는 중인 듯 했다”며 “각종 정보가 들어있는 앨범을 확보해 전화했다는 것도 불쾌했지만, 몇몇 결혼정보업체는 아버지 직업까지 알고 있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2.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29ㆍ여) 씨는 재작년 2월 대학 졸업 이후 매년 봄이면 다수의 결혼정보회사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있다. 모두 졸업사진을 본 뒤 사는 지역이 ‘괜찮아서’ 연락을 했다며 가입만 한다면 최소 SKY급 로스쿨 졸업생정도는 만날 수 있다고 거듭 가입을 권유했다.

결혼정보업체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형 업체부터 중소형 업체까지 다양했다. 이 씨는 “남자친구가 있어 필요없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매년 연락이 온다”며 “이들 업체들은 매년 전화하는 걸로 봐서 비회원이라도 풀을 관리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의 경우 강남이나 목동 등 부유한 지역에 사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연락을 돌리는 듯 했다”고 전했다.

30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학 졸업앨범이 결혼시장에선 여전히 새로운 회원을 모으거나 자신들이 확보한 대상자들의 정보를 관리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소재 유명 여자대학을 졸업한 김모(25ㆍ여) 씨는 “일명 ‘뚜쟁이’나 결혼정보업체에서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졸업앨범을 사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졸업앨범을 통해 확인한 정보를 토대로 선을 보라고 권유하는 것은 전화 뿐만 아니라 ‘정보지’의 형태로 배송되는 우편물을 통해서도 진행되고 있다.

1년전 국가 고시에 합격했다는 의사 최모(33) 씨는 “학교 졸업앨범을 보고 연락했다며 지난 1년간 수 차례 전화로 선을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고, 우편물까지 보내며 회원 가입을 종용하는 바람에 고생하고 있다”며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사뿐만 아니라 법조인, 고위공무원 등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락을 받은 사람들은 특정 결혼정보회사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지만, 대다수 결혼정보업체들은 한 목소리로 “졸업앨범을 통한 정보 수집, 회원 모집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졸업앨범을 통해 연락을 돌리는 업체가 꽤 있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졸업 명부를 통해 영업을 하는 것은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졸업앨범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대형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주요 대학의 졸업앨범을 입수해 스캔을 뜨고, 여기서 얻은 외모, 집안, 거주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회원 확대에 나서는 것은 큰 회사들에게는 신뢰와 명성과 관련된 일인 만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규모가 작은 회사 등에서 이 같은 방법에 더해 고위공무원 명부, 공보의 명단 등을 확보해 미가입 회원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동윤 박로명 기자/realbighead@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