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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희잡 쓴 여인들의 ‘떼창’…“동남아 한류태풍 대단하네”
히잡을 착용한 수천명 관객들이 아이돌 레드벨벳 노래 ‘덤덤’(dumb dumb)을 떼창하다니…. 서울시도 놀랐다. 동행 기자단도 놀랐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ㆍ백 번 듣는 게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이란 말을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 몰랐다. 말로만 듣던 한류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동남아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은 태풍에 가까웠다.

그 덕분에 재미도 좀 봤다. 관광도시 서울 홍보에 나선 시 순방단이 동반자로 한류스타를 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서울의 매력을 알리고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연 ‘IㆍSEOULㆍU’ 콘서트는 연이어 대박을 쳤다. 아이돌 레드벨벳, 엔씨티(NCT)가 알려주는 서울 명소를 듣는 관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서울로 7017, 홍대 입구 등 서울 대표 명소가 시청각 자료로 소개되자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슈퍼주니어 예성이 “서울에 오면 슈퍼주니어 멤버들과 마주칠 수도 있다”고 하자 귀가 먹먹해질 만큼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서울만 1박 2일간 소개해도 들을 기세였다. 시는 두 콘서트를 통해 서울을 마음껏 홍보했다. 관객들의 머릿속엔 자연스레 서울 관광정보가 잔뜩 담겼다. 가수 이름만 외치던 함성 문구도 콘서트가 끝날 때쯤 ‘IㆍSEOULㆍU’로 바뀌었다.

한류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홍보였다. 오후 7시 열릴 콘서트를 위해 시민들은 새벽 4시부터 구름처럼 몰렸다. 히잡 위에 레드벨벳 머리띠를 쓰고 가슴팍에는 슈퍼주니어 응원 스티커를 붙였다. 노래를 부르면 한국 말로 가사를 따라 불렀다. 한 두명이 아닌 수천명이다. 1시간도 채 안돼 표가 매진돼 구하지 못했다며 울상 짓는 시민도 보였다.

서울시도 신이 났다. 다수의 시 관계자는 “(한류 열풍을)알고는 있었으나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안준호 시 관광체육국장은 “단순 서울관광 설명회로 행사를 열었다면 이만한 호응은 없었다”며 “여건만 된다면 다른 국가권에도 한류와 서울관광을 융합 홍보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언젠간 들이닥칠 일이었다. 중국의 외면으로 관광시장 뿌리가 흔들릴 도시라면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서울시는 관광시장에 동남아라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다시 새 길을 갈고 닦을 때다. 중국의 외면에 따른 관광시장 위축사태가 먼 훗날 고통이 아닌 성장통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류 순방’이 그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이원율(사회부 시청팀)기자/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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