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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스토리-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 ①] 부자되는 팁…‘친절한 경제’에 답있죠
선진 금융·경제 대중전파 구슬땀, 미술·음악도 섭렵한 전통 경제관료…자본시장 전문가 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의 조언

예로부터 선비의 미덕은 ‘지행일치’(知行一致)라고 했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실천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60ㆍ사진)은 그런 점에서 영락없는 ‘현대판 선비’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경제 마인드를 심어줄 친절한 경제인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그의 꼿꼿한 자세와 또렷한 목소리는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이 회장은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기술정보과장, 지역경제과장, 정책조정총괄과장, 본부국장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재직 중에는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부총재 경제자문관, 일본 경제기획청 경제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한국거래소로 자리를 옮긴 뒤엔 파생상품시장본부장과 유가증권시장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을 두루 거치며 자본시장 전문가 이력을 쌓았다. 업무와 조직의 ‘칸막이’를 뛰어넘은 경험은 그의 최대 자산이다.

이호철 한국IR협의회 회장은 “언제 어디서 무슨 역할을 맡든 ‘국민에게 경제에 대한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대면하는 직원들에게 “1년이 지난 시점에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꼭 말을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1년 내에 반드시 괄목한 만한 성과를 올리겠다는 포부이자 약속이었던 것이다.


내게 음악·미술은 건조한 삶의 윤활유役


이 회장은 격동의 한국 경제 중심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로 ‘음악과 미술’을 꼽았다. 학문과 예술을 동시에 향유했던 옛 선비들처럼 음악과 미술을 즐기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삶을 부드럽게 다져온 셈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집무실 한쪽에 있는 국화가 그려진 작품을 가리켰다. 들판에 피어난 노란 국화 몇 송이가 마치 보름달처럼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를 ‘만향’(晩香)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국화는 다른 꽃이 만발하는 계절을 참으며 늦가을에 꽃을 피워 마지막까지 꽃향기를 내뿜는 꽃”이라면서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정도로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향기나는 사람임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저서 ‘IMF에도 한국은 있다’로 제10회 자유경제출판문화상을 받아 이름을 널리 알렸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IMF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1997년 1월 무렵 한국경제 위기론이 제기됐다. 나는 한국의 원화가 과대평가됐다는 생각했고, 가장 위험한 시기가 1997년 12월이 될 것으로 봤다. 탈고는 그해 9~10월쯤 마쳤다. 한 출판사에서 출판하려는 데 IMF가 터졌다. 그래서 다음해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대신 이미 IMF 사태가 터졌기 때문에 ‘1997년 12월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표현을 지웠다. 1998년 IMF 위기 처방에 대해 잘 썼다고 해서 자유경제출판문화상을 받게 됐는데, 사실 그 책은 위기 전에 이렇게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쓴 책이다.

- 재경부와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후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을 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뭔가.

▶한국 경제의 미래가 자본시장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이었을 때 정부 규제로 파생상품 시장이 어려웠었는데, 본질적인 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널리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헤럴드경제에 3년간 기고도 한 것이다. 재직할 때만 해도 ‘한국거래소’보다 ‘증권거래소’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있었는데, 증권 외에도 금(金), 탄소배출권, 석유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신시장을 개척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증시=가진자의 시장’인식 전환 시급


- 한국 자본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정보기술(IT) 산업과 금융이 함께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 대해 잘못된 인식과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은 ‘가진 자의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식을 ‘셰어’(share)로 표현한다. 기업의 가치를 나누고 리스크를 공유하는 것이다. 소액주주가 투자하면 같이 나누고 같이 성장의 과실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본, 주식시장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 기고와 강연에서 국민에게 ‘부자 되는 법’을 알려왔다. 비법을 공개해 줄 수 있나.

▶금융ㆍ경제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부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된다. 부자가 돼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어떻게 가족을 먹여 살리고 윤택한 생활을 하느냐는 고민이 우선이다. 부는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돈에 평생 매달려 사는 것도 불행이다. 그래서 철저한 금융ㆍ경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주식 모의 투자를 가르친다. 영국에서는 초등학생에게 창업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과대학을 졸업해도 주식을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 경제 외에도 음악ㆍ미술에도 정통해 ‘팔방미인’이라는 별명이 얻고 있는데.

▶경제 하는 사람이 음악과 미술도 한다고 뭐라 하는데 사실은 그런 것들이 사람의 삶이고 생활이라 생각한다. 그림은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고 있다. 과학서적을 읽으면서 과학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도 세상의 법칙을 알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이런 것이 하나의 삶인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기복이 없을 수가 없다. 이런 기복들을 조화롭게 이겨낼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음악ㆍ미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

▶40대 중반 우연히 색소폰과 단소를 배웠다. 특히 단소를 접했을 때 이렇게 멋있는 음악이 있는데 왜 여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 음악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자기수양의 음악에 가깝다. 자신의 호흡을 음악에 맞추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직원들에게 단소 부는 법을 직접 알려주기도 하고, 한국의 옛 음악을 즐기는 법에 대해서 책도 썼다.
- 미술 전시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학창시절 미술 시험을 보는데, 시험은 늘 그렇지만 즐겁지 않다. 국어나 수학은 예상되지만, 미술은 예상되지 않는 영역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지금 아니면 평생 기회가 없겠다 싶어 미술 동아리에 들어가 유화를 그렸다. 이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쉬는 기간이 있을 때 다시 그림을 그렸다. 유학 갔던 프랑스에서 많은 그림을 봤던 것도 전시회를 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시회는 1990년대 말에 한 번, 2010년에 한 번 총 2번을 개최했다.

- 한 곳에 관심을 두면 끝을 보는 성격 같다.

▶음악이나 미술도 이런 것이 왜 생겼을까 생각하다 보면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음악과 관련된 책을 쓸 때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두어 시간 쓰고 출근했다. 직업이 작가는 아니니까 시간을 많이 낼 수 없었다. 


IR 등 통해 경영정보 투명화 작업 필요


- 현재 한국IR협의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최근 어떤 부분에 주력하고 있나.
▶한국IR협의회의 역할은 기업들과 투자자인 주주 사이의 소통을 돕고 관계를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관계가 바로 정립돼야 자본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일반 국민에 대한 금융경제 교육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인터넷 뱅킹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다. 투자금융의 세계는 그것과 굉장히 달라서 관련 지식 습득이 필요하다.

- 향후 자본시장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회사가 망했을 때 부채를 안는 것은 경영자 혼자가 아니다. 투자자 모두가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정보 등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직 많은 사람이 IR과 PR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PR은 불특정 다수에게 좋은 것만 얘기하면 되지만, IR은 투자자에게 회사의 고민과 걱정도 얘기해야 한다. 회사 CEO들에게 ‘한쪽에는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시장이, 한쪽에는 기업의 가치를 사고팔고 하는 시장이 있다. 그 기업의 가치를 사고파는 시장이 자본시장이고, 그것을 파는 사람은 직원이 아니라 CEO다. 이를 위해 IR을 하라’는 얘기를 전하고 있다.

양영경 기자/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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