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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질환’ 혈우병, 잘 아시나요] 환자, 정상인처럼 사회생활 가능…유지요법 필수
- 지난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
- 국내 혈우병 환자 5000명 추산
-‘혈우병성 관절병증’ 대표 합병증
-“응고인자 보충 유지요법이 최선”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직장인 김모(42) 씨는 혈우병 환자다. 유치원에 다닐 때 코피가 멈추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처음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응고인자 활성도 1% 미만인 중증 상태의 혈우병”이라고 했다. 이후 김 씨는 학교에 다닐 때에도 체육 시간에 무리한 운동을 피하는 등 출혈 예방을 위해 노력했고, 유지 요법 등 지속적으로 관리한 결과 현재까지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3일은 ‘희귀 질환 극복의 날’이었다. 지난해 말 ‘희귀질환관리법’ 시행에 따라 희귀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예방ㆍ치료ㆍ관리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지정했다. 

대표적인 희귀 질환인 혈우병도 유지 요법을 꾸준히 시행하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희귀 질환은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터너증후군, 헌터증후군, 혈관부종, 하다드증후군 등 약 7000종에 이른다. 그 중 대표적인 질환이 혈우병이다. 흔히 피가 멈추지 않는 질환으로 알려진 혈우병은 전 세계적으로 1만명당 약 1명이 앓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한국혈우재단에 등록된 환자가 약 2000명, 등록되지 않은 환자를 포함하면 약 5000명으로 추산된다.

혈우병 환자는 피가 멈추지 않아 쉽게 사망하거나, 출혈 때문에 외부 활동을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혈우병은 유전 질환으로 완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부 출혈뿐 아니라 관절 등 내부 출혈을 잘 관리하고, 예방ㆍ유지 요법’을 시행하면 김 씨처럼 다른 혈우병 환자도 충분히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의의 견해다.

혈우병은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1952년 영국의 다섯 살 소년 스티븐 크리스마스에게 처음 발견돼 크리스마스병이라고도 불린다.

다행히도 1990년대 중반 혈액 응고 제제가 개발돼 환자는 필요 시 응고인자를 체내에 보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출혈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 출혈 예방, 합병증 관리 등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혈우병의 주요 증상은 체내ㆍ외 출혈이 시작되면 멈추지 않는 것이다. 특히 체내 출혈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더 큰 문제다. 관절이나 근육과 같은 조직 내부에서 출혈이 반복되면 이 부위의 형태적, 기능적 이상이 생기게 되고, 주변의 혈관ㆍ신경이 망가지게 된다.

이 때문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근골격계 합병증이 ‘혈우병성 관절병증’이다. 이것은 관절 부위에 출혈이 반복되어 생기는 합병증으로, 환자는 관절 주위 조직의 만성적 변형이 일어나 운동성을 상실하게 되고 급격한 삶의 질 저하를 겪게 된다.

박상규 울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혈우병 환자에게 더욱 심각한 것은 관절 출혈”이라며 “2~3번의 관절 출혈만으로도 영구적인 관절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합병증을 막는 방법은 혈액 응고인자를 일정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유지 치료다. 세계보건기구(WHO), 세계혈우연맹, 미국혈우병재단의 의료자문위원회 등 국제적인 의료단체는 출혈을 막고 만성적인 관절병증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연 46주 이상 응고인자를 보충하는 유지 요법을 추천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혈우병 환자들의 합병증 예방에 대한 인식은 해외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2009년 한국혈우재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혈우병 환자 중 유지 요법을 시행하고 있는 환자는 절반에도 채 못 미쳤다.

박 교수는 “적극적인 유지 요법을 실시하면 뇌출혈 등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관절병증을 방지할 수 있다”며 “정기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해 혈액 응고 기능을 유지하는 유지 요법은 출혈ㆍ관절 손상을 미리 억제하므로, 정상적인 근골격계 기능을 보존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지 요법 시행을 위해서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관심을 갖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환자가 본인의 몸 상태를 기록을 하게 되면, 전문의와 상담 때 보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상태에 맞는 적합한 치료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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