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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골프장 피크닉
지난 21일 김자영이 박인비를 꺾고 부활했던 두산 매치플레이 골프장에서는 명승부 못지 않게 보기 좋은 풍경들이 많았다.

호반의 도시 춘천, 라데나의 아름다운 풍광도 그렇지만 소풍 온 갤러리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흥미롭다.


KLPGA 유일한 매치플레이라서 경기 ‘직관’ 만으로도 좋은데, 가족 단위, 삼삼오오 친구그룹 등 골프장 트레킹족들은 때론 경기에 환호하다 때론 경기가 막 끝난 홀의 가장자리길을 따라 초원걷기의 기쁨을 만끽했다. 초원(Green) 옆 소나무숲이 산소(Oxygen)를 뿜어내고, 따스한 봄볕(Light) 아래 그들의 발걸음(Footwork)이 경쾌하다.

‘만원의 행복.’ 1인당 1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가족 소풍객들도 잘 논다. 맑은 공기와 푸른 초원이 감정을 정화시키고, 아이들에게 산 교훈도 준다. 자녀들은 선수들의 플레이 전 어른들의 매너를 지켜보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숨 죽였다. 하프타임때나 경기종료 직후엔 긴 러프에서 ‘나 잡아 봐라’ 놀이도 즐겼다.

2030세대의 골프장 발걸음도 싱그럽다. 워터헤저드 주변에 핀 봄꽃에 환호하는 처녀들의 재잘거림이 갤러리 군단의 분위기를 환하게 한다. 이 골프장엔 170여종의 야생화가 핀다. 나무 그늘에서 김밥 도시락을 먹으며 담소한뒤 뒤 정리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요즘 골프장이 변신중이다. 아빠가 골프칠 때 아이가 물놀이하도록 꾸민 곳도 있고,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제주 중문CC는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달빛걷기’ 기회를 제공한다. 평일 6만~8만원으로 가성비를 높인 골프장도 늘어난다. 요즘 골프를 사치라고 하는 사람은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이다. 골프장은 가정집 PC의 바탕화면이 아니다. 누구든 갈 수 있는 곳이다.

손수 운동을 하든, 대회 구경차 소풍을 가든, 골프장을 찾는 것도 5시간짜리 걷기 축제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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