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주공1단지서 용역간 충돌
법정소송 예고…공사지연될듯
재건축ㆍ재개발 수주를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에서는 건설사 간에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이 발생했다.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들의 탐욕이 주택시장을 복마전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새벽 5시 무렵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현장. 시공사로 새롭게 선정된 대우건설의 하청 철거업체 직원 30여명이 굴삭기 등 철거장비를 동원해 들이닥쳤다. 단지 안에는 기존에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계약이 해지된 포스코건설 측 경비원 2명이 있었다. 대우건설 측은 이들을 몰아내고 현장을 접수했다.
지난 18일 새벽 과천주공1단지 현장 점유권을 놓고 대우건설 측 용역업체와 포스코건설 측 경비원들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충돌로 대우건설이 측 철거업체가 현장을 점유한 가운데, 포스코건설 측의 반격을 막기 위해 굴삭기와 검은색 승합차를 세워놓고 용역직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
사건의 발단은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건설은 당초 해당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로 선정됐었다. 그런데 재건축 조합 측이 계약을 해지했다. 포스코건설이 정당한 이유없이 공사를 지연했고, 사업비를 600억원 가량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은 이후 대우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포스코건설은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며 현장을 점거하고 시위에 들어갔다. 조합 측이 사전에 이행해야 할 작업을 하지 않아 공사가 늦어진 것이지 일부러 공사를 지연할 이유가 없으며, 사업비 증액 역시 조합이 요구한 자재 고급화에 따른 견적을 제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포스코건설의 점거로 사업이 늦어지자 대우건설 측은 강제 진입을 선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하청 철거업체가 7월말까지 철거를 완료해주기로 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재건축ㆍ재개발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수주 실적 1조8883억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코건설 역시 수주 실적 7497억원으로 2위다. 포스코건설은 과천주공1단지 계약이 해지된 데 이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서울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에서도 계약이 해지돼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은 대우건설 측을 형사고소하는 한편, 조합을 상대로도 계약해지가 부당함을 주장하는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시공사 지위를 되찾고, 여의치 않으며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면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은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낼 경우 공사 진행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돈이 되다보니 본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브로커들이 조합에 달라붙어서 훨씬 좋은 조건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부채질하는 일이 많다”며 “재건축은 안정적인 수익이 나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수주에 목을 매면서 조합의 갑질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 측 관계자는 “조합은 시공사 선정 전까지는 갑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계약을 맺고 나면 사업비 증액 등 건설사의 각종 요구에 을이 된다”고 말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계약 상태에서 사업이 장기화되고 처음 계약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 생기면서 조합이 더 유리한 조건의 계약으로 바꾸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계약 해지가 누구 잘못인가는 개별 사업장마다 판단이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