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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첫 공판]“직업은?” “무직입니다”…‘피고인 박근혜’ 구속 53일만에 법정 출석
-전두환, 노태우 이어 전직 대통령 3번째 재판
-‘40년지기’ 최순실 씨와 7개월 여만에 재회

[헤럴드경제=좌영길·고도예 기자] 

“피고인의 직업이 무엇인가요.”

“무직입니다.”

592억 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23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된 지 53일 만으로,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은 1996년 내란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전두환(76)·노태우(75) 씨 이후 세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오전 구치소를 출발해 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손수 한 듯 보이는 ‘올림머리’를 했고, 수의가 아닌 남색 정장 사복 차림으로 호송차에서 내렸다. 잠시 후 법정에 들어선 박 전 대통령은 법정 관계자의 안내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상의 왼쪽 옷깃에는 수인번호 ‘503’이 적힌 배지를 달았다. 

‘기구한 운명의 40년 지기.’ 지난 반년 가까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23일 재판정에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재판정 피고인석에 앉았으나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침울한 표정으로 전방만 주시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착석 한 뒤 40년지기인 최순실(61) 씨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도 피고인석에 차례로 들어와 앉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꼽히는 최순실씨도 약속이나 한듯 서로에게 눈 한번 돌리지 않았다. 수사가 시작된 이후 7개월 여만에 재회였지만 고통스런 재회였다. 같은 장소에서 재판을 받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두 사람의 괴로운 심경이 엿보였다.

최 씨는 인적사항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던 중 감정이 복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신 회장 모두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150석이 마련된 법정에는 7대1의 경쟁률을 뚫고 기회를 얻은 방청객 68명과 취재진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417호 법정은 전직 대통령 두 명이 21년 전 수의 차림으로 출석해 재판을 받았던 곳이다. 

 
‘기구한 운명의 40년 지기.’ 지난 반년 가까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23일 재판정에 나란히 앉았다. 이들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재판정 피고인석에 앉았으나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침울한 표정으로 전방만 주시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대통령 옆에는 수사 초기부터 곁을 지켰던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가 동석했다. 맞은편에는 이번 사건 주임 검사인 한웅재(47·28기) 형사8부장, 뇌물죄 수사를 담당한 이원석(48·27기) 특수1부장이 자리했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윤석열(57·23기) 검사장은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4분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출발해 35분여 만에 법원에 도착했다. 15인승 호송차량에는 교정인력을 제외하곤 박 전 대통령이 홀로 탑승했다. 영장심사 때와는 달리 신호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의 손목에는 포승줄 없이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집중심리’ 대상으로 지정해 일주일에 3차례 기일을 열어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낼 방침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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